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원희룡, 문제 해결의 주체인 주무장관이 갈등 조장"
"'귀족노조', '정치파업'? 그냥 민주노총이 싫다는 표현…정부, '무찌르자 민주노총'이 표어"
"파업은 법에 보장된 권리…尹정부, 혐오 발언으로 갈등 조장"
"정치파업? 화물연대와 지하철, 철도 파업은 왜 다른 날에 하겠나"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긴급 임시 중앙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앙집행위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민폐노총'이라고 지칭하는 등 연일 강성 발언을 이어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해 "이런 분이 국무위원 장관직을 맡고 있다는 현실이 참 서글프다"며 "스스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민주노총에 화살을 돌리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 눈높이에도 한참 모자란 수준의 발언을 장관이 언론을 통해 쏟아내고 있는 것이 답답한 심정이고 사실 별로 언급하고 싶지도 않은 마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원 장관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폐노총, 손절이 민심'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포스코 노조의 민노총 탈퇴 직후 주가 급등은 민노총에 대한 개미 투자자들의 평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포스코 노조의 민노총 손절, 축하하고 환영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게시글에서는 "'민폐노총'의 검은 손을 치우라"며 "서울교통공사의 노사협의가 타결직전에 이르자 민폐노총 간부가 개입하여 결렬시키고 파업으로 몰고 갔던 것이 드러났다. 민폐노총의 기획파업 지시가 폭로되자 하루만에 파업이 종료됐다. 코레일 노조에 기획파업을 사주하는 검은손을 당장 치우기 바란다"고 적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양 위워장은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부추긴다"며 "6월 달에 이미 정부와 합의사항인데 이것을 지키지 않아서 5개월이 넘도록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노동 혐오 발언들을 쏟아내고, 헌법에 위배되는 업무개시명령까지 발동한 상황에서 이마저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파괴하겠다고 하는데 맞서 싸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30일 긴급 임시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정부의 시멘트 운수 종사자 업무개시명령에 대응해 오는 3일 서울과 부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6일에 전국 동시다발로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이 앞서 JTBC와의 인터뷰에서 '법을 집행하는데 무슨 협상·교섭이 필요한가'라고 한 취지의 발언에 대해 "원 장관은 현재 화물연대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무부처 장관인데 그런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은 대화하겠다는 것이 아닌 노동자들 문제에 대해 겁박, 협박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라며 "문제 해결의 주체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귀족노조', '정치파업한다'는 여권의 비판에 대해선 "전혀 새롭지도 않고 창의적이지 않은 익숙한 레퍼토리다. 국민들도 이런 낡은 수법에 더 이상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 해소, 이렇게 요구하고 있는데 귀족노조 타령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그냥 민주노총이 싫다는 표현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무찌르자 공산당', 이런 게 표어였는데, 이 정부는 '무찌르자 민주노총'이 표어인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이 정치파업을 잇달아 벌여 결국 정권퇴진을 꾀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정치파업을 하고 기획하려고 하면 화물연대와 지하철, 철도를 같은 날 파업하지 왜 순차적으로 다른 날, 다른 의제를 가지고 파업하겠나"라며 "특히 지하철이나 철도는 국민들의 안전, 편의 문제와 직결돼 저희도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고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현 정부의 노동관에 대해 묻자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거라든지 120시간 노동이라도 해야 된다든지, 이것은 정치적 레토릭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인식 자체가 단순히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며 "종합적으로 '이 정부는 노동에 대해 혐오하는구나'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이 다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부족한 지점, 개선해야 할 지점도 많이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생존권, 임금, 근무 여건 문제를 갖고 투쟁하고 파업하는 건 법에 보장된 권리"라며 "혐오 발언을 통해 이것을 마치 부도덕한 것으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사회적 인식을 왜곡되게 만든다. 이런 것이 올바로 바로잡혀야 실질적으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