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좋은 장비 구축돼도 현장서 경찰-소방 협업 판단 못해 현장 작동 안 돼"
"'정치적 책임' 범위, 절대 제한 둬선 안 돼…정부나 관련자가 책임 져야"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희생자 추모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지난해 구축된 재난안전통신망이 가동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문제는 그 시스템을 운영하고 그 시스템에 대한 판단을 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 문제지, 지금 갖춰진 시스템이 부족해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전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그 시스템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스템은 상당 부분 구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의원은 "6시 34분 첫 112 신고가 왔을 때 경찰이 거기에 경찰력을 대응하든지 역할을 해야 되지 않나. 실제 10시 15분 첫 사고에 의한 접수가 됐을 때는 소방청에 신고가 있었고 소방청에서 대응조치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경찰과 소방이 서로 연계해서 조치를 하는 것 등이 충분히 가능했다. 실제로 소방청에서 경찰에 대응을 요청했다"며 "6시 34분 이전엔 경찰이 더 했었어야 할 조치이기 때문에 매뉴얼이 없거나 시스템이 안 갖춰졌다기보다는 실제 운영 과정과 현장과 지구의 컨트롤타워 부재 등의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재난안전통신망이 왜 제대로 가동이 안 된 건가'라는 질문에 "결국 구비됐다 해도 현장에서 판단해 작동시켜야 되는데 현장 작동이 되지 않은 것"이라며 "결국 판단이 부족했던 것인데, 이런 판단을 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훈련도 하고 실제 적용하는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좋은 장비가 구축돼도 현장에서는 경찰은 소방이, 소방은 경찰이 이런 식으로 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지 못한 잘못이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경찰, 소방, 해양경찰 등이 하나의 통신망으로 소통하는 전국 단일 통신망으로, 버튼을 누르면 통화그룹에 포함된 유관기관이 자동으로 연결돼 함께 통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6일 행안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참사 당일 재난안전통신망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 장관에게 사고 발생 20분 이상이 지나기까지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중요한 사건의 경우 굳이 대응단계가 1단계냐 2단계냐는 문제가 아니라 당시 현장에 10만여 인파가 있었고, 좁은 길 등 문제가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고 금방 상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장관에게 즉시 보고가 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대응에 대해선 "앞으로 밝혀져야 된다. 보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보고 이후 어떤 지시와 조치가 있었냐라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문제는 지금 어떤 지시를 했냐, 지시 후에 어떤 조치를 했냐라는 것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대로 이 참사에 대해서 잘 판단하고 이후에 개선책을 마련하려면 그런 내용들이 조목조목 다 밝혀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사법적 책임 이전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되는 주체의 범위에 대해 "절대 제한을 둬선 안 된다.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는 기본적으로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수사에 의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법률상 책임이지만 그 법률상 책임 이외에도 부적절, 부당한 행위로 인한 여러 책임도 있는데 그것과 정치적 책임까지 포함해서 정부나 관련자가 져야 된다. 지금 법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