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주말 집회 시위에 인력 집중, 좋은 판단 아니었다…10만 인파 예상에도 대비 소홀했다"
"주최 측 없는 행사의 안전대책, 제도적 정비 필요…사전에 예견하고 대책 세웠어야"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주최 측 없는 경우 적용할 안전 매뉴얼 없어"
◆…31일 오전 경찰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한 발언에 대해 "국민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그런 언행은 조심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행안부 장관의 설명에 의하면 그 당시에 시청 인근이나 광화문 인근 이런 데 집회 시위가 많았고 특히 주말에 연이어 집회가 있었는데, 거기에 병역, 인력을 배치하다 보니 (이태원 지역) 배치에 대해서 그렇게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아 보이는데 별로 그렇게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합동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시내 곳곳에서 시위가 있어 경비 병력이 분산됐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사람이 10만 모인다, 이런 식의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교통대책 그리고 안전을 위해서 통행을 제한하든지 그런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이태원 핼러윈 행사가 주최 측이 없는 축제라는 점에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지 않냐는 취지의 질문에 "각종 지방정부나 관공서 등에서 주최할 때는 안전 대책과 유사시 대비한 응급조치 대책 등을 세우라고 지침이 내려가 있고 그에 따라 준비가 진행돼 왔다"며 "이번 핼러윈 축제의 경우 어떤 주최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있는 소상공인들, 자영업자분들이 중심이 돼 캠페인을 벌이고 그게 언론을 통해 홍보되고 또 젊은층들의 기호에 잘 부합하다 보니까 자연발생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사전에 예견하고 대책을 세웠어야 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이날 같은 MBC라디오에서 이번 핼러윈 행사처럼 주최 측이 없는 경우 적용할 수 있는 안전 매뉴얼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형 행사 개최시 계획서를 낸다. 인원이 몇 명이고, 어떤 행사를 하겠다, 안전을 위해서 이러한 단계로 사고를 예방하겠다, 어떻게 대처하겠다 등 이런 것들이 일종의 안전매뉴얼이다"라며 "이번 같은 경우는 어떤 단체 등에서 종합적으로 기획된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것을 적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또 이번 핼러윈 이벤트 행사에 대한 전체적인 안전매뉴얼이 아마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적용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장소에서 가장 본질적인 건 옥외행사라는 부분이다. 예컨대 큰 체육관이나 킨텍스, 코엑스 같은 데서 어떤 박람회가 있으면 수천 명, 수만 명이 운집하는데 그런 경우 출입구가 명확하게 있다. 최대 수용 인원 이상의 인원이 들어가려면 아예 출입구에서 통제한다"며 "(이태원) 같은 경우는 출입구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골목골목 미로형으로 돼 있다 보니까 어느 한두 군데 출입구를 이렇게 통제한다고 해서 인원을 막을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골목 초입 등 위험지역에 인력 배치 및 통제를 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어떻게 보나'란 질문에 "틀린 지적은 아니라고 본다. 그 사고 지점에서 조금 더 거기가 위험한 공간인 건 분명하다"며 "(인력 배치 등으로) 예방 가능성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은 사후 입장에서 봤을 때 제일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우선 이태원 사고가 났던 지역의 장소적인 특징, 위험성 그것이 가장 중요한 사고 원인이다. 사고 난 지점이 굉장히 좁다. 3m 될까 말까 하는 그런 도로폭과 약 40~50m로 굉장히 길게 돼 있다. 그런데다 인파들이 뿌렸을지 모르는 물 같은 것도 바닥에 있어서 미끄럽다. 더군다나 경사도 10도 정도 되는 비탈길로, 좁고 긴 비탈길이라 거기가 많은 사람들이 운집되어 있다 보니까 굉장한 소음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그중 어느 한 사람만 넘어진다 하더라도 연속적으로 넘어간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영상을 보면 뒷사람들,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떠밀려서 물 흐르듯이 이렇게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