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마크롱 통화…우크라 휴전·자포리자 원전 문제 등 논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문제를 논의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이날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방사성 폐기물 저장고를 포함한 자포리자 원전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주기적인 공격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마크롱 대통령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 전문가들이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를 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 "정치적이지 않은 해결책(non-politicised interaction)"에 합의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성명에서 러시아군의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점령이 해당 지역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실)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에서 무기를 철수하고 안전 보장을 위해 IAEA의 권고 사항을 따를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군사 작전이 지속되고 있는 데 대해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휴전 협상을 가능한 한 빠를 시일 내에 재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은 최근 몇 주 동안 포격이 끊이지 않으며 핵사고 위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결국 자포리자 원전을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국영 기업 에네르고아톰은 원자로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앞서 에네르고아톰은 텔레그램 성명에서 11일 오전 3시41분(현지시간)부터 자포리자 원전에서 가동 중이던 마지막 원자로인 6호기가 우크라이나 전력망에서 차단됐으며, 안전한 상태인 '냉온정지'(cold shutdown) 상태로 돌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일단 안전한 상태로 가동이 중단됐지만, 교전이 계속될 경우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수 있는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두 정상은 또 세계적인 식량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유럽연합(EU)이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으로 가는 러시아산 식량과 비료 공급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의 민간인 시설을 공격할 때 서방이 제공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중재를 위해 푸틴 대통령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크렘린궁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요청으로 통화가 성사됐다며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상황, 특히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을 확보하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이 통화한 것은 지난달 19일 이후 한 달여만으로 마크롱 대통령은 10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지난 2월 초에는 러시아를 직접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