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제세' 논란 정유업계…사업보고서 살펴보니 수출 '효자'

상반기 사상최대 이익 거두며 반도체 이어 수출 2위 산업 부상
정유4사, 원유 수입액 460억달러의 61%인 280억달러 수출로 회수
정유 매출 절반이상 수출...SK 49%, GS 70%, S-oil 53%, 현대 60%

정유업계는 지난 상반기 고유가와 사상 최고 정제마진 등 유리한 업황에 힘입어 주력인 정유사업 호조세가 지속되며 일제히 역대급 이익을 거둬들였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이 12조원을 훌쩍 넘기며 과거 최대 호황을 누렸던 2016년 상반기의 3배에 육박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2년 전 20년 만의 최저 수준 유가급락과 코로나19 촉발 등 미증유 악재에 부딪쳐 합산 5조원 규모 적자를 쏟아냈던 부진을 완전히 털어낸 모습이다.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가 시작된 국제유가가 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급등했고 수급 불안이 겹치며 정제마진이 개선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이와관련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플레압박을 줄이기 위해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한국의 정유사들은 유전 탐사·시추를 하며 수익을 얻는 자원부국과 달리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 판매하는 구조여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유 빅4, 상반기 영업익 12조 3203억…전년대비 206%↑
정유 4사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합산 실적이 연결기준 매출액 100조 3277억원, 영업이익 12조 3203억원, 당기순이익 7조 561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에 비교할 때 매출이 78.0% 증가했고 영업이익이 205.7%, 순이익이 410.4% 늘었다.

이 가운데 주력사업인 정유부문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1조 2427억원 규모로 지난해에 비해 450.1% 증가했다. 고유가와 정제마진 급등세에 힘입어 정유부문이 각 사의 전반적인 호실적을 이끈 모습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의하면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해 11월 배럴당 평균 71.0달러를 기록한 이후 상승세를 지속했는데 1분기 평균 96.9달러, 2분기 112.7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운반비 등을 뺀 값으로 보통 배럴당 4~5달러 내외가 손익분기점(BEP)으로 평가된다. 정유·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도 유가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지난해 3분기 말부터 BEP를 웃돌기 시작해 1분기 말 배럴당 10.6달러를 기록한 것에 이어 2분기엔 20달러대의 역대 최고수준으로 뛰었고 6월 말 29.5달러로 3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보였다.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액 98% 증가…GS칼텍스 수출비중 가장 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올 상반기 석유제품의 수출액은 303억 8000만달러로 반도체 690억 2000만달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대한석유협회는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액이 279억 56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97.6% 늘었고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460억달러 규모 원유도입액 중 약 61%를 수출로 회수해 국가 무역수지 개선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별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은 SK의 경우 SK에너지가 연결기준 23조 9709억원 매출의 48.5%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유와 석유화학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SK인천석유화학은 47.3% 비중이었으며 기유와 윤활유 사업을 담당하는 SK루브리컨츠는 기유 76%, 윤활유 71% 수준으로 확인됐다. 기초유화사업과 화학소재사업 등을 영위하는 SK지오센트릭은 매출액 대비 수출이 42%, 해외판매가 25%의 비중을 각각 나타냈다.

GS칼텍스는 정유사업의 수출비중이 70%로 집계됐으며 비정유부문까지 전체 사업의 수출액은 19조 9627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27조 3880억원의 72.9%를 기록했다. S-OIL은 정유부문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53.3% 수준으로 나타났고 전체 사업 매출 20조 7294억원에서의 비중은 55.1%(11조 4181억원)로 집계됐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정유부문의 매출대비 수출액 비중은 60.0% 규모이며 전체 매출액 16조 434억원 가운데 수출액은 10조 8599억원으로 67.7% 비중을 차지했다. 정유 빅4, 석유사업 호조로 역대급 실적잔치
전체 매출액 중 68.2% 비중을 차지한 석유사업이 전년동기보다 475.4% 늘어난 3조 735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사 실적을 견인했고 윤활유도 같은 기간 28.4% 증가한 4668억원의 이익으로 호실적에 기여했다. 다만 화학사업이 작년보다 62.6% 줄어든 1071억원 이익에 그쳤으며 소재사업이 161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됐고 배터리의 적자폭이 3254억원 확대돼 아쉬움을 남겼다.

GS칼텍스는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27조 3880억원, 영업이익 3조 2133억원, 당기순이익 2조 2215억원의 성적표를 작성했다. 전년동기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93.2%, 217.6%, 309.3%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작년보다 4.6%p 개선된 11.7%로 기록됐다.

정유사업이 전체 매출의 80.6% 비중을 차지했으며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대비 413.3% 뛴 3조 685억원으로 전사 이익의 95.5% 기여도를 보였다. 반면 윤활유사업의 영업이익이 1735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39.0% 감소했고 석유화학사업은 영업손실 287억원의 적자로 전환됐다.

현대오일뱅크는 상반기 실적이 연결기준 매출액 16조 434억원, 영업이익 2조 748억원, 당기순이익 1조 252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205.8% 증가했으며 매출과 순이익도 69.2%, 247.4%씩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7.2%에서 12.9%로 5.7%p 상승했다.

정유부문(별도)이 지난해 대비 68.6% 늘어난 15조 2404억원의 매출을 거뒀고 영업이익도 1조 7910억원으로 492.7% 증가하며 전사 실적을 이끌었다. 현대오일뱅크가 60% 지분을 보유한 현대케미칼도 전년동기 대비 47.9% 증가한 216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S-OIL은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20조 7294억원, 영업이익 3조 539억원, 당기순이익 1조 8851억원의 실적을 거둬들였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71.9%, 영업이익이 154.4%, 순이익이 149.5% 늘어났다. 지난해 정유 4사 중 가장 많은 이익을 기록했던 것의 기저효과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영업이익률은 전년도보다 4.7%p 뛴 14.7%로 업계 최고수준을 내비쳤다.

전체 매출액 대비 79.3% 비중의 정유부문이 2조 6473억원으로 전년대비 435.3% 늘어난 영업익을 시현했다. 이와 달리 윤활부문 영업이익이 4543억원으로 같은 기간 4.0% 줄었으며 석유화학은 476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되며 부진했다.

정유사들은 급등한 수익을 친환경 등 미래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수소, 원자력, 에너지솔루션 스타트업 등 미래에너지 분야 발굴·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지속성장을 위해 2단계 석유화학 사업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S-OIL은 사우디 아람코와 블루수소 사업 협력 등으로 미래에너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집단에너지사업을 위해 현대이앤에프를 설립하고 수소 혼소가 가능한 친환경 LNG 발전설비를 2025년 10월 상업가동을 목표로 진행 중이며 식물자원을 원료로 각종 에너지원과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탄소저감 산업인 화이트 바이오 사업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