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물가 10.1% 상승…40년 만에 최고치 경신

영국 통계청은 17일(현지시간)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동월대비 10.1% 상승했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영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6월 9.4%에서 7월 10%를 넘어서며 1982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상승률은 지난달 미국(8.5%), 이탈리아(7.9%), 캐나다(7.6%), 독일(7.5%), 프랑스(6.8%) 등 G7국가들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6.2% 상승하면서 전망치(5.9%)보다 0.3%포인트 높았다. 6월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5.8% 상승한 바 있다.

그동안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이 물가를 끌어올렸으나 7월엔 식료품 가격만 6월 대비 2.3% 상승해 21년 만에 가장 빠른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빵, 시리얼, 우유, 치즈, 계란 등 밥상물가가 눈에 띄게 올랐다.

여기에 하반기에 예정된 영국의 에너지 요금 상한이 또 상향조정되면서 물가지표가 더 뛸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콘월 인사이트는 에너지 요금 상한이 현재 연 1971파운드(약 313만 원)에서 10월에 연 3582파운드(약 570만 원)로 상승하고 내년 1월엔 연 4266파운드(약 678만 원)로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는 표준 가구 기준으로, 실제 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소비자 지출이 감소하고 기업 운영에도 제약을 받기 때문에 이 시기를 기점으로 영국이 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BOE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연말에 13%가 넘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특히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해외 인력이 빠져나가며 일손이 부족해지고 공급망이 훼손됐다. 섬나라인 영국은 식품부터 많은 재화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브렉시트로 수입절차가 복잡해지거나 관세가 붙고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수입물가가 올라갔다.

통계청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란트 피츠너는 BBC 인터뷰에서 "물가상승세의 절반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지만 단지 에너지 문제만은 아니다"라며 "이제는 물가상승 압박이 경제 전반에 퍼져있다"고 말했다.

애던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영국의 물가상승률이 더 높은 이유의 80%는 브렉시트와 관련돼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