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960조 규모 인플레법 서명...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제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막대한 투자와 부자 증세 등의 내용을 담은 총 7400억 달러(약 966조4400억 원)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the Inflation Reduction Act)'에 서명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스테이트다이닝룸에서 서명을 마치고 이 법안이 수백만 명 미국인의 의료비를 줄이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 될 역사적 입법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81조9140억 원), 건강보험개혁법 보조금에 향후 2년간 640억 달러(약 83조5840억 원)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여기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중고차에 최대 4000 달러, 신차에 최대 7500 달러의 세액을 공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노인 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어 프로그램이 제약 회사와 처방약 가격을 협상할 수 있게 해 10년간 2880억 달러의 예산을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투자 재원 마련 차원에서는 연간 10억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에 15%의 최저실효세율을 적용해 10년간 2580억 달러의 법인세를 부과하고 주식 환매의 1%를 신규 소비세로 적용한다.

그러나 중국산 핵심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고,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만 혜택을 주기로 해 한국산 전기차에 불리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된다.

이에 따라 이 법의 시행으로 보조금 혜택에서 한국산 전기차가 빠지면 판매량 저하는 물론 내년에 아이오닉6와 EV9 등 신규 라인업 투입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어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편 이날 법안 서명은 미 하원에서 찬성 220대 반대 207로 통과된 지 나흘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앞서 미 상원은 지난 6일 법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찬성 50표, 반대 50표로 동수를 기록했으나, 당연직 상원 의장인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법안을 가결 처리했다.

법안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시책인 '더 나은 재건'(BBB) 법안을 축소 수정한 것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개월 동안 법안 통과를 위해 정치권을 설득하는 등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대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이 법을 "우리 역사상 가장 중대한 법 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이는 오늘만이 아닌 내일을 위해 미국 가정에 번영과 진보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 역사적인 순간 민주당은 표결에서 미국인의 편에 섰고 공화당은 특수한 이익의 편에 섰다"며 "처방약 가격 및 의료보험 가격 인하, 공정한 세금 시스템에 의회의 모든 공화당원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대형 제약 회사가 이 법에 반대하기 위해 1억 달러 상당의 로비를 벌였다고도 했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