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헌 80조'가 뭐길래?... '친명' 대 '비명' 대립 첨예화 

'이재명 방탄용·사당화'로 확산... 李 "나와 상관없는 일" 일축

李 "기소만으로 당직 정지 부적절" vs 비명계 "내로남불·창피한 일"

현재 판세론 ‘당헌 80조 개정' 막기 힘들어... 향후 '사법리스크' 확대?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80조 개정을 두고 친명(親이재명)계와 비명(非이재명)계의 대립이 첨예화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당헌 80조 개정 논란'이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비명계 의원들은 동 조항이 개정될 경우 '이재명 방탄용'으로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화(私黨化)'될 가능성이 있다며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10일 대전방송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이 조항은 뇌물수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를 저지른 경우"라며 "저는 아무 해당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헌 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갑자기 알게 된 일"이라며 "저는 의견을 낸 일도 없고 어떤 의사를 가진 바도 없다"고 했다.

친명계 성향 당원들은 당헌 80조 개정이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데 강력 부인하며 지도부에 당헌 개정을 강력 요구하고 있고, 당 지도부도 수용 입장을 밝혔다.

'처럼회'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MBC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검찰의 기소를 다 신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개정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당헌 80조 개정'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악의를 가지고 기소한다는 의혹이 있을 경우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민주당 입장에서 이런 부분까지 다 검찰의 기소를 다 신뢰할 수는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번 당헌 개정이 완료될 경우 전당대회 승리가 유력한 이 의원은 대장동·백현동 등 각종 의혹으로 기소되더라도 거대 야당 대표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재명 "기소만으로 당직 정지 부적절" vs 비(非)명계 "내로남불·창피한 일"

이 의원은 전날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검찰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나친 검찰의 권력 행사가 문제 아니냐”며 반문한 뒤, “검찰권 남용이 있을 수 있는 상태에서 정부여당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소만으로 당직을 정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당대표 경선에 나선 박용진 의원은 "(관련 당헌은)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당대표 시절 만든 것"이라며 "여당 됐을 때와 야당 됐을 때 도덕적 기준이 다르다는 내로남불 논란, 사당화 논란에 휩싸이지 않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응천 의원도 11일 친명계의 당헌 80조 개정 추진에 대해 "정말 좀 창피하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지난 4월 서울·부산 재보선 때 당헌을 개정해 후보를 냈다 참패한 사례를 들면서 '역풍 맞은 거'라고 상기시켰다.

이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또 당헌을 하필이면 지금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는 일을 하는 것은 민심에 반하고 '내로남불의 계보'를 하나 더 잇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당헌 80조 역사에 대해선 2015년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때 김상곤 혁신위·조국 혁신위원·문재인 대표시절에 만든 것임을 상기하며 "그때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반부패 혁신안의 상징으로 대표 상품으로 이걸 내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 때 만든 걸 지금 또 야당 됐으니 '검찰의 침탈루트 된다, 그래서 없애겠다', 이거 어이없는 거 아니냐"며 이 의원을 직격했다.

고민정 의원 역시 이날 KBS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헌 80조 개정 논란) 이슈 자체가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재명 의원의 입지를 굉장히 좁아지게 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전해철 의원도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를 규정한 당헌 제80조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전날(10일) SNS를 통해 당헌 제80조는 2015년 문재인 당대표 시절 의결된 당 혁신안임을 강조하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헌 제80조 개정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스스로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부정부패와 단호하게 결별하겠다는 다짐으로 혁신안을 마련해 국민께 드린 약속이므로 그동안의 당 혁신 노력을 공개적으로 후퇴시키는 일이라는 비판을 하면서다.

현재 판세론 '당헌 80조 개정' 막기 힘들어... 향후 '사법리스크' 확대?

당헌 80조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하곤 있지만 강성지지층(팬덤)을 등에 업은 이 의원과 친명계가 밀어붙인다면 이를 막을 길은 없어 보인다.

이 의원은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지난 6~7일 지역 순회 경선 결과 누적 득표율 74.15%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정청래·고민정 후보에 이어 친명계 후보들인 박찬대·장경태·서영교 후보가 5위권에 들었다.

이처럼 당내 확고한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이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고, 이후 당헌 개정과 관련한 수습에 나설 최고위까지 모두 친명계로 채워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만든 '당헌 80조'는 민주당의 핵심강령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이 의원 강성지지층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은 '이재명을 지키자'라며 이 조항 개정 청원을 냈고 5일 만에 7만 명이 동의해 당의 공식 논의 안건이 됐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박원순·오거돈 성 비위 문제로 치러진 지난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귀책사유시 후보 불출마' 당헌을 개정해 참패를 당한 '역풍' 사례가 있다는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의원과 친명계가 당헌 개정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이 의원에 대한 검찰의 소환이 초읽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대장동 비리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등 이 의원을 둘러싼 각종 검찰 수사는 물론, 배우자 김혜경 씨에 대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경찰 수사 등이 진행 중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만간 이 후보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이번 달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 의원으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3일 전당대회 출마 선언 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과 경찰이 그 권한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영향을 주고 특정 정치 세력의 이익을 도모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가장 심각한 국기 문란"이라고 검·경의 전방위적 수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에 맞춰 8월 중순까지 수사를 끝내겠다고 하는 보도를 봤는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면서 "(이는) 대놓고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관련 수사에 특정 세력을 돕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이 같은 '당헌 80조 개정' 강행 입장에 대해 '만약 기소가 될 경우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보호막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된다면 검찰로서도 야당 대표를 함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이 의원과 배우자 김씨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민주당의 당헌 개정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현 구도 상 비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헌 개정은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는 전당대회에서 의원이 당대표가 되고 당헌 개정이 된다면, 이 의원은 검찰 기소가 되더라도 직무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이 의원을 둘러싼 각종 검·경 수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칙적인 수사를 하겠다는 검·경이 민주당의 '당헌 80조 개정'이후에도 '원칙수사론'을 앞세운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 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 의원은 당내 경쟁 후보들과 언론이 '사법리스크'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국민의힘 고발에 따라 수사를 하는 것을 '사법리스크'라고 표현하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국민의힘과 검경이 쓰는 공격적 언어를 우리 안에서 듣는 것 자체가 참 안타깝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