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율 목표 90%→ 80% 수준으로 하향 조정
제도 일시적 유예할 수 있는 '탄력적 조정장치' 신설 검토
일부 제도에 실거래가 등 다른 가격 기준 적용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양도세·종부세 상담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재검토해 11월에 발표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보완 및 공시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의 수행자로 국토연구원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을 선정하고 두 기관으로부터 용역 착수 보고를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정부는 당장 내년 공시가격에 적용되는 수정 계획은 속도감 있게 마련해 오는 11월에 발표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안은 꼼꼼히 검토해 내년 중 발표하는 '투 트랙' 방식으로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1월 공시가격이 실제 부동산 시세보다 낮게 책정돼 조세 정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의 세금 부담도 지나치게 가중됐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윤석열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를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재검토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11월에 발표하고, 근본적인 공시제도 개선방안은 내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의 경우 71.5%, 표준지는 71.4%, 단독주택은 57.9%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용역 착수보고회에 따르면 국토연구원과 조세연구원은 먼저 2020년에 수립된 현실화 계획에서 제시된 목표 현실화율(90%)과 목표 달성 기간(5∼15년) 등에 대한 이행 결과를 분석해 수정·보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실화율 목표를 80% 수준으로 낮추고 목표 달성 기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검토 방안이 진행된다.
적정 공시가격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토지·단독주택 간 다른 목표 달성 기간에 따른 토지·공시가격 역전 현상을 해소하는 방안과 시세 구간별로 현실화율 제고 폭과 목표 달성 기간이 달라 생기는 형평성 문제 등을 해소하는 방안도 함께 연구된다.
특히 최근 2년간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공시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함께 높아진 점을 고려해 경제위기나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외부 충격이 있을 때 현실화 계획의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등의 탄력적 조정장치 신설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이에 경직적으로 운영되던 제도를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국민의 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시가격을 통한 행정제도 활용 적정성 검토도 이뤄진다.
현재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부세, 건강보험료, 개발부담금,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등 총 67개 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일부 제도에 실거래가 등 다른 가격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지 검토해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국토연구원과 조세연구원은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학계, 관계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꾸려 매달 주요 쟁점을 검토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공청회 등 절차를 걸쳐 올해 11월 중 수정·보완 방안을 발표해 내년 공시부터 적용할 것”이라며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도 내년 발표를 목표로 신중하되 속도감 있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