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정원 고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국정원 정치로 소환하지 마라"

"전직 국정원장, 아무런 조사·통보 없이 고발부터 한 것은 예의 아냐"

"국정원 정치 이용하는 사람 뿌리 뽑는 기회로 삼을 것"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6일 자신을 서해공무원 사건 첩보 관련 보고서를 무단 삭제했다는 혐의로 고발한 국정원의 행위에 대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며 소설 쓰지 마라고 반박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개혁된 국정원을 존경하고 국정원 직원을 사랑한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탄식했다.

그는 국정원의 고발을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국정원이 오늘 자체 조사 결과, 서해공무원 사건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했다는 혐의로 저를 고발했지만,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자세한 말씀을 드릴 수 없지만 첩보는 국정원이 공유하는 것이지 생산하지 않는다"며 "국정원이 받은 첩보를 삭제한다고 원 생산처 첩보가 삭제됩니까.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 원장도 직원도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소설 쓰지 마라. 안보 장사 하지 마라"며 "저는 정권이 교체되든 유지되든 어떠한 정부가 와도 국정원이 정치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일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원장은 특히 "국정원을 정치로 소환하지 마라. 국정원을 과거로 되돌리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며 "전직 원장에게 아무런 조사도 통보도 없이 뭐가 그리 급해서 고발부터 했는지, 이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정원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사람을 아예 뿌리 뽑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 이 시간도 묵묵히 일하는 국정원 직원 여러분과 국민을 위해 당당하게 진실을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국정원은 이날 자체 조사 결과 박 전 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박 전 원장에 대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로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죄),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 등을 적용해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또 서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 시킨 혐의 등으로 국가정보원법위반(직권남용죄), 허위 공문서작성죄 등으로 고발했다.

국정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으로 두 전직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이재명 의원의 성남 FC 사건 등 야당과 문재인 정권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