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연합뉴스
존슨 총리는 5일(현지시간) 과거 성비위 사실을 알고도 크리스토퍼 핀처 보수당 하원의원을 원내부총무로 임명한 것에 관해 "실수를 저질렀다"며 공식 사과했다. 존슨 총리 측은 처음엔 몰랐다고 했다가 이후엔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을 잊어버렸다고 말을 바꿔 거짓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핀처 의원은 지난달 29일 클럽에서 남성 2명을 성추행 한 혐의로 원내부총무직에서 사임했다. 핀처 의원의 2019년 외무부 부장관 시절에도 다른 성비위를 저질렀는데, 존슨 총리가 이 사실을 알고도 원내부총무 임명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4일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핀처 의원의 과거 성비위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했으나, 5일 사이먼 맥도널드 전 외무부 차관은 핀처 의원이 과거 성비위 문제로 고소 당했던 사실을 보고 받고도 존슨 총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그러자 이날 존슨 총리는 관련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존슨 총리의 사과 직후 리시 수낙 재무 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은 더이상 존슨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며 동시에 사표를 던졌다.
수낙 장관은 "이것이 나의 마지막 장관직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이러한 기준들(신뢰)은 싸워서라도 지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이 내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이유"라고 밝혔다.
자비드 장관은 "존슨 총리가 지도자로서 보여주는 모습과 추구하는 가치는 정당과 국가 전체에 반영된다"면서 "우리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도 못할뿐더러 대중은 더이상 우리가 국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신뢰를 잃어버린 존슨 총리 아래서 더이상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사임서를 제출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이날 긴급 의회 질의에서 총리실이 '윤리적 진공 상태'이며, 존슨 총리가 영국 민주주의를 진흙 속으로 끌고 간다고 비난했다.
한편 지난 2019년 압도적인 승리로 당선된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봉쇄 중이던 지난해 6월 총리 관저에서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기고 생일 파티를 여는가 하면, 성탄절 기간 사적 모임이 금지된 상황에서 두 차례나 파티를 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았다.
지난 5월 공개된 37쪽 분량의 '파티게이트' 조사 보고서에는 존슨이 총리실 내에서 술판을 벌인 사진까지 적나라하게 담겼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보수당 당내 신임 투표에서 소속 의원 359명 중 찬성 211표(59%), 반대 148표(41%)로 간신히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이어진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원칙적으로 불신임 투표가 한번 실시되면 12개월간 재투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존슨 총리는 12개월간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파티 게이트’와 ‘거짓말 논란’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스캔들에 휘말리며 도덕성과 정치적 생명에 타격을 입게 됐다.
앞서 존슨 총리보다 높은 63%로 신임투표를 통과한 전임자인 테레사 메이 전 총리는 6개월 후 자진 사퇴한 바 있다.
<로이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