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 스타브로폴 지역의 수보로브스카야 마을 근처 밭에서 밀을 수확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밀 수출 1위, 우크라이나는 2위이다. 세계 전체 수출 물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식품 가격이 최고가를 찍으며 세계 식량위기를 불러왔다 <사진 로이터>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옥수수, 밀, 구리 등 주요 상품가격의 하락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천연가스 가격은 올 들어 60% 이상 급등한 후 다시 하락해 2분기에 3.9% 하락하며 마감했다.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던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월 말 106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밀, 옥수수, 대두 등 농산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3월 말보다 모두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국제 경기의 바로미터인 구리가격은 각각 22% 하락해 16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목재 가격도 5월 초 이후 31% 급락했다. 또 런던금속거래소(LSE)에서 산업 금속재 가격지수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WSJ은 그동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 수확량 감소 및 연료 비축량 감소,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격 압력이 여전히 존재하긴 하지만 많이 완화되면서 상품가격이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WSJ은 미국, 유럽, 호주 등의 작황 개선은 밀·옥수수·식물성기름 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 감소 우려로 뛰었던 이들 상품 가격을 다시 낮추고 있다고 했다. 또한 지난해 3%에도 못 미치다가 최근 6%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히 오른 미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상승, 사상 최고 수준의 집값 등으로 인한 주택 수요 둔화 전망은 건축 원자재 가격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투자자들이 이번 주 발표될 미국의 6월 고용지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를 주시하고 있다면서, 연준의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세계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워 상품가격이 하락했다고 풀이했다.
상품 투자업체 리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루이 나벨리에는 “상품 가격 둔화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꺾이고 있다는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의 판단은 선물시장 흐름으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유명 투자은행 JP모간체이스의 상품 전략가 트레이시 앨런에 따르면 6월 넷째 주에 상품 선물 시장에서 약 150억 달러가 이탈하면서 4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로써 올해 원자재 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250억 달러가 빠져나왔다.
다만 최근 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원자재를 안전한 투자처로 보고 있다. 특히 JP모간 등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원자재 재고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언제든 가격이 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간은 곡물가격지가수 9월말 10%, 연말 5%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간이 제안한 대로 식량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이 추후 상승할 수 있지만 대부분 상품가격이 정점은 친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