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비, 입원치료 인정안되면 실손보험금 받기 어려워진다

백내장 수술을 받을 경우 환자의 개별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백내장 수술을 일괄적으로 입원치료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는 지난 16일 A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을 받은 실손보험 가입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B씨는 2019년 서울의 한 안과 의원에서 노년성 백내장 진단을 받은 후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B씨는 질병통원실손의료비(처방조제), 질병통원실손의료비(외래) 등 의료비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주는 A보험사의 보험상품에 가입한 상태였다.

B씨는 자신이 받은 백내장 수술이 입원치료에 해당한다며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A보험사 측은 통원치료에 해당한다고 보고 B씨에 대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입원치료가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통원치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보험사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인용해 보험사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은 입원치료에 해당하려면 최소 6시간 이상 입원실에 머무르거나 처치·수술 등을 받아야하고, 연속해서 6시간 관찰을 받아야 하는 사정이 있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B씨의 경우 백내장 수술을 받을 당시 수술 준비부터 종료까지 약 2시간가량이 소요됐기에 입원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단순히 입·퇴원 확인서가 발급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입원치료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봤다.

그동안 백내장은 도수치료와 함께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으로 꼽힐 정도로 허위·과다 청구 사례가 많아 문제가 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에서만 2조8600억원 적자가 발생했으며 가장 많은 실손보험금이 지급된 진료항목 중 2위가 백내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백내장 수술의 경우 포괄수가제가 적용된다는 이유로 환자의 개별 치료조건과 무관하게 입원치료로 인정됐다. 포괄수가제란 한 질환에 필요한 여러 치료 항목을 묶어 진료비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백내장 수술의 경우 6시간 미만 관찰 후 당일 귀가하는 경우에도 치료의 실질과 관계없이 입원치료에 해당한다고 인정돼왔다.

보험업계에선 이번 대법 확정판결 영향으로 실손보험 가입자가 백내장 수술을 하더라도 통원치료 보장한도를 넘어선 비용을 보험금으로 지급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백내장 수술 관련 과잉진료 행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사가 입원치료의 적정성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백내장 수술 비용 대부분을 환자가 직접 부담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따라 백내장 수술을 받더라도 실손보험에서 수술비 전액에 상당하는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꼭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백내장 환자도 있는데 이번 판결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입원치료 적정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새로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한안과의사회는 이번 대법 판결 후 각 병원에 공지문을 보내 백내장 수술 관련해 환자들이 보험약관에 따른 보험금 수령 가능성에 대해 질문할 경우 주의해달라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