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GSOMIA) 정상화는 ACSA(악사)-MD로 이어지는 미국 전략의 출발점
"우리가 쥔 칼자루 왜 버리나" 비판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박 장관 취임 후 첫 회담을 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미 외교장관 회담 후 밝힌 '지소미아 정상화' 발언을 놓고 국익 차원에서 우리 것은 얻지 못하고 내주기만 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1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지소미아는 악사(ACSA, 한일 간 상호군수지원협정), MD(미사일방어체제)로 이어지는 미국의 전략적 출발점"이라며 우리가 쥐고 있는 칼자루를 놓아버린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미국은 지속적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묶고자 해 왔다며 "사실상 오바마 정부 때부터 미국 스스로 이야기 한 내용으로 첫 번째가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그 다음에 악사(ACSA, 한일 간 상호군수지원협정)로 예를 들어 일본 자위대와 탄약이나 무기를 서로 나누는 단계이고, 마지막이 MD(미사일방어체제)로 미사일방어 체제"라고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그런데 한·미·일 동맹은 사실 세 나라의 평등한 동맹 관계가 아닌, 미일 동맹의 하부 구조로 한미 동맹을 넣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오랜 세월 지적돼 왔는데, 한·미·일 동맹은 한·미·일이 대등하지 않고 미국이 제일 위에 있고 그다음에 아시아 전체를 미국이 일본한테 맡기고, 그 일본 밑에 한국이 들어가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MD 체제에서의 출발이 바로 사드인데 사실상 전방위적으로 세 단계가 다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원장은 "실제 우리형(미사일방어체제)이라고 하는 KAMD도 미국의 오바마 정부때부터 운용 체제를 같이 만들어서 사실상 다 모듈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전세계의 위협으로부터 본토가 안전해지기를 원하는데, 러시아, 중국이 ICBM 발사한 직후에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곳이 한국이고, 그 다음이 일본이라며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한국과 일본을 이용하려고 하는데, 우리가 아무것도 받아내지 않고 자꾸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고 김 전 원장은 우려했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서 지소미아 정상화가 외교적인 이익 없이 일본에게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문제가 있다고 김 전 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가 지난 이명박 정부 때 현 김태효 1차장이 시도하다가 국민 여론이 '왜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느냐'며 워낙 나빠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 후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살려내 진행했는데, 당시는 탄핵 국면 초기여서 국내 정치 상황이 굉장히 어수선할 때 였다고 돌아봤다.
그런데 3년 후인 2019년 일본이 갑자기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우리 대법원에서 일본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리자 이에 불만을 품고 일본에서 수출 규제를 하고 나오면서 지소미아까지 영향을 받게됐다.
일본에서는 자신들의 수출 품목이 북한으로 반입된다는 의심을 하면서 경제 문제를 안보 문제로 끌고 들어갔고, 우리 정부에서는 이것도 못 믿는 나라와 군사정보를 어떻게 교류하겠느냐며 지소미아 종료를 지난 2016년 8월 22일 통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매년 갱신해야 하는 지소미아의 경우 3개월 전에 종료를 통보해야만 종료되는 규정 때문에 2016년 11월 23일이 종료일이었고, 따라서 3개월 전인 8월 22일 통보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3개월이 다가온 다음에 미국이 한일 관계의 파탄을 원치 않고, 반발하니까 어쩔 수 없이 지소미아의 효력을 정지시키겠다며 종료 통보를 일단 유예한 상태로 지금까지 왔었는데, 박진 외교장관이 한미 외교장관 회담 후 지소미아 정상화 발언을 한 것으로 보아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김 전 원장의 추측이다.
김 전 원장은 "이렇게 지소미아를 하루하루 연장하도록 해서 우리가 칼자루를 쥐고 있었는데, 일본이 강제징용이 있었다고 사과한 것도 아니고, 수출 규제도 푼 것도 아닌 상황에서 왜 우리가 먼저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푼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외교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소미아 정상화 발언이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했다.
그는 곧 있을 나토 회담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자는 빌드업을 시작하지 않을까 전망하면서 "일본에서는 자꾸 '(한국의) 새 정부에 기대가 많다'고 하는데 이 말은 '새 정부가 양보할 기대가 많다'는 뜻"이라며 외교상으로 너무 안 좋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