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회법 개정안', 지난 합의의 선상에서 논의 가능"
이준석 "새누리당 공천파동과 朴 탄핵, 尹은 너무나 잘 안다"
신봉기 "입법원리를 정치논리로? 反법치·反헌법적 인치(人治)"
신봉기 "'보고'와 '권고'를 넘는 '수정요구권'은 국회의 권한남용"
우상호의 '법사위 위상 축소' 요구에 권성동 "더 축소할 것 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배분을 놓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벌이고 있는 힘겨루기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령(시행령)과 총리령·부령(시행규칙) 등을 "시행령 정치"라고 칭함으로써 '입법 원리'를 '법치'가 아닌 '인치'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오면서다. 일각에서는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윤리위원회의 '징계 양정'을 기다리고 있는 이 대표가 '이슈 전환'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국회법 개정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오마이뉴스 기사 캡처]
이 대표는 지난 15일 보도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가겠다는 무리한 주장을 접고 법사위가 실질적으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면, 또 민주당의 다수 의석에 대한 견제를 규정할 수 있다고 한다면 굳이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시행령 정치'를 하지 않으실 거다. 그러면 이 갈등이 나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원구성 협상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이 대표는 "법사위의 규정과 역할을 명확하게 한다고 하는 것은 지난번 합의에 같이 포함돼 있던 내용이다. 그 선 안에 있는 것들은 우리가 이야기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 그리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당대표 간의 관계는 각자의 대표성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달렸다"면서 "제가 국무총리나 아니면 사안에 따라 대통령과 바로 상의해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20대 총선 공천에 개입을 사실 좀 많이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했던 분이라 반면교사 삼을 것이라 본다. 그때 (새누리당이) 공천파동으로 120석으로 내려앉아서 결국 탄핵을 못 막지 않았나. 윤 대통령은 그런 걸 너무 잘 아는 분"이라고 했다.
◆…지난 2020년 1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가 언급한 '시행령 정치'와 관련해 헌법학자인 신봉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도대체 '시행령 정치'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헌법·법률의 위임범위 안에서 전문적 식견으로 가장 최선의 제도를 규율하는 시행령을 의회와 대척점에 서는 정치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입법원리를 정치논리로 푸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반법치,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률은 헌법에 합치해야 하고 행정입법은 헌법과 법률에 합치해야 한다는 기본원리가 사람에 의해 평가되는 '인치(人治)가 돼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정치로 보는 것은 인치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입법은 법리로 풀어야 한다. 법치가 정치논리에 밀리면 인치가 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5월 유승민 새누리당(現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추진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행정입법 수정변경권 신설조항(국회법 조항 제98조의2)에 대한 내용. 대통령 행정입법권한의 실질적 박탈을 의미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신봉기 교수 페이스북]
앞서 신 교수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어떤 방법으로든 국회 입법권의 법률 제정으로 행정입법에 대한 '직접적인' 사후통제는 허용되지 않으며, 사법부에 의한 통제만이 합헌적 통제수단"이라며 "이것이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 중 하나인 권력분립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신 교수는 행정입법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법률의 취지에 맞게 제정됐는지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토록 하는 방법" ▲"소관 상임위에서 행정입법을 보고받은 후 모법 (母法) 위반 우려가 있는 경우에 수정 '권고'하는 방법" ▲"행정부의 자의적인 규율을 제한하기 위해 법률 자체를 보다 세밀하게 규율하는 방법" ▲"법원·헌법재판소에 의한 사법적 통제방법" 등 크게 네 가지를 꼽으며 "앞의 세 가지 방법은 국회에서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능력이 부쳐서 제대로 못 정할 사항들은 전문가들이 포진한 행정부에 위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느 국가든 다르지 않다. 실효적으로 통제하려면 개별법 제정 시 그에 기한 시행령 공포에 앞서 보고·권고 방법을 잘 활용하면 된다. 이미 국회법 개정을 통해 여기까지는 도입돼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행정부에 대한 '보고' 및 '권고' 수준 이상의 수정요청권한, 즉 '수정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과도한 국회권한의 남용이다. 이때는 네번째 방법으로 행정입법 통제에 들어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한 지난해 7월 합의를 파기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매사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정치적인 천동설을 버리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법사위의 위상을 바꿔주든지, 바꿀 생각이 없으면 의석 비례에 따라 법사위를 양보하라'는 지난 13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의 주장과 관련해 "더 이상 축소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사위 권한이 이미 작년에 법이 개정돼서 대폭 축소됐다.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하는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축소했고 60일이 넘으면 자동적으로 본회의로 넘어가게끔 돼 있다. 체계·자구 심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규정도 넣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만약 (대선에서 승리해) 여당을 계속했다면 법사위를 문제 삼았겠는가. 5년 내내 법사위를 통해 '입법 독주', '의회 독재'를 하지 않았는가"라며 "갑자기 정권이 바뀌니 법사위를 국민의힘에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고 하니 국민들께서 민주당의 잘못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