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곤 대구지검장 "'계곡살인',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 없었으면 묻혔다"

"검수완박, 결국 힘 세고 많이 가진 사람들이 좋아할 것"
"검찰의 보완수사요청권 박탈·중대범죄수사권 이관이 골자"

검찰개혁론자로 알려진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12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실현되면 "결국은 힘 세고 많이 가진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권 박탈과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이관을 검수완박의 골자로 꼽았다.

김 지검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수사기능을 전면 없애고 기소권만 갖게 하면 경찰이 수사해 놓은 자료만 가지고 재판을 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경찰수사에 조금이라도 추가로 증거를 수집하면 보다 완벽하게 유죄를 받을 수 있는 사건의 경우에도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도 못하고 스스로 증거 수집도 못 한다면 처벌이 잘 안 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지검장은 그 사례로 2019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발생한 '계곡 남편 살인사건'을 언급하면서 "보완수사 요구권이 있었기 때문에 (증거 확보가) 가능한 것이다. 보완수사 요구 자체를 못 하면 그런 암장되는 사건들을 검찰이 발굴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사라진다"고 했다.

김 지검장은 또 검찰이 수사했던 삼성 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 SK 분식회계 사건 등을 언급하며 "이 사건들을 검찰이 수사하지 않으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제대로 한다는 대안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은 중대 범죄에 대한 대응 자체가 무력해지는데 누가 좋아하겠느냐"며 "피해자는 곧 국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국이나 일본, 독일 검사들도 대형 경제범죄들을 직접 수사한다. 수백 명의 증인과 아주 오랫동안 재판을 거쳐 유죄가 확정된다. 엄청난 변호사들과 검찰이 공판장에서 싸움해야 한다.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기가 쉽지 않은 까다로운 주가조작이나 재벌비리들을 이제 경찰 수사기록만 보고 검사가 공소 유지를 할 수 있겠느냐"며 "아마 지금의 공판 현실에서 불가능하리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기존 검찰수사 영역인 6대 범죄의 수사권이 그냥 증발해 결과적으로 국가수사 총량이 줄어든다'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과 관련해선 "굉장히 위험하신 말씀"이라며 "국가는 범죄의 총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지, 수사의 총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