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설명 시간 길어져 판매직원·소비자 불만
불완전판매나 투자손실 입증하려면 충분한 설명 필요
비대면 채널은 ‘사각지대’...실효성 높여야
◆…금융소비자보호법.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제공
지난해 3월 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 1년을 맞았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의 자기책임만큼 금융회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해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설명의무 강화로 상품 판매과정이 길어져 소비자와 판매직원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소법은 금융상품 판매과정에서의 6대 판매원칙, 판매 이후의 청약철회, 문제 발생 시의 손해배상, 위법계약해지, 분쟁조정제도 등을 규정하고 있다. 6대 판매원칙은 적합성원칙, 적정성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 금지, 광고규제 등을 말한다.
금융권에서는 6대 판매원칙 준수를 위해 자체적으로 ‘금융상품 완전판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고객 전담 카운셀러 제도’를 운영하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
6대 판매원칙 적용대상이 거의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되면서 금융업권 간 규제·감독 격차가 줄어든 효과도 있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업권별 규제가 동일행위-동일규제 원칙 아래 하나의 금소법으로 통합됐고 업권별 규제가 상품유형별 규제로 전환돼 규제·감독 격차가 감소했다.
◆…금융업권간 규제/감독 격차 축소.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다만 금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판매 위험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실시한 ‘2021년 펀드 판매회사 평가’에 따르면 적합성 원칙대로 금융소비자의 투자자 성향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거나(31건),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추천한 경우(49건)가 여전히 존재했다.
추천 펀드의 위험등급을 설명하지 않거나(202건), 설명하는 중간에 금융소비자가 설명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하지 않는 경우(227건), 단순히 구두로만 확인하는 사례(220건)도 많았다.
설명 오래 걸려 불만...“충분한 설명이 모두에게 도움”
영업현장에서는 상품설명 시간이 길어지고 부적합한 투자상품 판매가 제한된다는 애로사항도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품을 설명하고 확인받는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며 “투자자 성향 평가로 인해 상품을 추천하는 데 제약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시적 동의를 받으면 PB(프라이빗뱅커)는 책임을 덜 수 있어 좋지만 소비자 보호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무조건적인 투자자 보호보다는 근본적으로 금융교육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도 “금융사가 약관을 통해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면하기 위한 공급자 마인드”라며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용 위주로 설명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품설명을 축소·생략한다면 금융사가 불완전판매 책임을 질 수 있고, 소비자도 투자손실에 대해 정당한 주장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실하게 설명하고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금융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채널은 금소법 ‘사각지대’...설명의무 실효성 의문
금소법의 상품 판매절차가 오프라인 창구를 전제로 하고 있어 비대면 채널의 경우 허점이 생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회사가 규제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대면 채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면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증대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채널은 금융회사 입장에서 변동 비용이 거의 없어 금융소비자가 모든 절차적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자 등 금융소외계층은 자신에게 적합하고 유리한 금융상품을 선택하기 어려워진다.
금융상품 설명서를 PDF 파일로 제공하는 것만으로 금융사가 설명의무를 성실하게 준수했다고 볼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강 사무처장은 “은행 창구에서 대출을 받으면 전문가인 직원의 설명을 듣고 가입하지만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비대면으로 신청할 경우 약관을 클릭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어려운 용어가 가득하고 복잡한 약관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 실질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