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당제가 신념" "완주" 국민에게 했던 발언 일거에 헌신짝처럼 내던져
자신이 했던 발언 손바닥 뒤집듯... 낡은 정치 여과 없이 노출
몇 시간 전 TV토론에서 "나만 군대갔다왔다... 지지"호소하더니
지지자에게 일언반구 언급 없이 사퇴 폭탄발언
◆…윤석열 안철수 후보가 3일 오전 단일화를 선언하고 공동정부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진 = 국민의힘 선대본부 제공)
3일 국민의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안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와 탈당 문의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지지자는 '우울한 아침입니다'는 글을 올려 "당신의 완주를 끝까지 지지하고 응원했던 유권자다. 언제가 국민의당이 바람을 일으켰던 적도 있지 않았느냐"며 "이번 단일화로 당신의 정치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는 성토의 글을 올렸다.
그동안 안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공언해 왔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대한 배심감의 토로가 주를 이뤘다.
어제밤까지만해도 TV토론회에 나와서 지지를 호소하더니 밤새 후보 단일화를 했다는 점이 지지자들에게는 더욱 충격적이다. 누누이 "새정치를 하겠다"고 표방해 온 그의 발언과 배치된다.
◆ 단일화... "없다" "결렬" "완주" 국민들 앞에서 한 발언은?
그는 최근까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일화'에 대한 질문에 한사코 후보 사퇴는 없다며 자신이 정권교체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지난 2월 20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단일화 제안에 대한 윤 후보의 답변을 기다리는 등) 더 이상의 무의미한 과정과 시간을 정리하겠다. 비록 험하고 어렵더라도 저는 제 길을 굳건히 가겠다"며 "더 기다린다는 것은 저 자신은 물론 저를 아껴주는 당원 동지들과 전국 지지자들 모두에게 모욕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천명했다.
이렇듯 국민과 지지자들을 향해 계속해서 완주 의사를 밝히면서 지지를 호소했던 그였기에 그에 대한 신뢰는 헌신짝이 돼 버렸다.
언제든 자기의 필요에 따라 국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낡은 정치인으로 표변하는 순간이다.
특히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무총리직을 약속받은 거 아니냐는 이면합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나눠먹기 야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선관위에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그동안 단일화는 없다고 공언했던 안 후보에게 "실망감과 화가 나서 지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 다당제 소신은 헌신짝처럼 버렸나?
안 후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신념은 다당제라며 기득권 양당제도의 폐해를 지적해 왔다. 그런 그가 자신의 신념이라던 다당제와 제3의 정치 세력화에 대한 최근 TV토론에서의 발언이 무색하게 거대 야당인 국민의힘의 품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에서 지지자들이 허망한 기대가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다.
안 후보는 이날 단일화 후 기자회견에서 평소 다당제를 정치적 소신으로 내세웠는데, 거대 양당 중 하나인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것이 소신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다당제가 내 소신임을 다시 한 번 더 분명히 밝힌다"며 "중대선거구제 혹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통한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혁, 그리고 결선투표제 도입 등 두 가지를 선결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 대선부터는 지금까지처럼 후보 단일화가 필요 없는, 더 바람직한 대통령 선거제를 만들 수 있다"라며 "그런 입장에서 민주당도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민주당도 선거의 승패와 상관없이 민주당이 이야기했던 다당제의 기반이 되는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대통령제와 권력구조에 대한 부분을 함께 합의해서 제안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그의 말은 윤 후보와의 단일화로 인해 스스로 진정성이 없음을 증명했다.
◆ "그 사람 뽑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할 수도 있다"
안 후보는 특히 지난 2월 22일 울산 중앙시장 유세에서 "주술에 씌인 듯 정권교체만 되면 다 될 거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그렇지 않다"며 "대통령은 능력이 있어야 하고, 최소한 어떤 머리를 빌릴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윤석열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상대방을 떨어트리기 위해 마음에 안 들고 무능한 후보를 뽑아 당선되면 어떻게 되겠나. 1년만 지나고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자른 손가락이 10개도 넘어 더 자를 손가락이 없다. 이번에 또 그래서야 되겠나"라며 윤 후보를 비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불과 5일 전인 지난 2월 25일 방송토론회에서 '양당 단일화가 열려 있냐'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질문에 안 후보는 "이미 다 결렬됐다고 선언했다"며 쐐기를 박은 바 있다. 전국민이 시청하는 TV토론회에서 했던 말이다.
◆ 불과 서너시간 전 TV 토론회에선 "군대 다녀 온 사람"... 지지호소하더니
2일 열린 마지막 TV토론에서도 안 후보는 국민들을 향해 "대통령은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 해야한다"며 자신만이 유일하게 군대를 갔다온 사람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후보자들의 마무리 발언에서는 "대통령은 2가지가 필요하다"며 "첫 번째 도덕성, 두 번째 능력"이라고 말해 윤 후보와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런 호소는 불과 단 몇 시간만에 단일화에 합의함으로써 국민을 속인 모양새가 됐다.
그리고 3일 오전 윤 후보와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저희 두 사람은 원팀(One Team)이다.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 단일화 효과... "긍정적" vs "역풍" 팽팽
단일화에 대한 평가는 의견이 분분하다. 윤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인 것은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단일화의 반사 효과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단일화 이후 안 후보 지지층이 윤 후보와 이 후보 등으로 분산돼 실질적인 단일화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과 안철수의 단일화에 대해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국민이 하는 것이다.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 민생경제와 평화, 통합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