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나토, 대안으로 러시아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미·러 전략안정대화(SSD), 나토·러시아위원회 등 다양한 국제회의를 통해 군축 협정 및 신뢰 구축 조치 제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Getty Images, BBC>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의 안보 보장 요구에 대해 거부하는 답변을 보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스페인 언론 엘 파이스가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러시아에 건넨 기밀 문건을 입수했다며, 지난 26일 미국 측이 러시아의 안보 보장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엘 파이스는 미국과 나토가 12쪽 분량의 서면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제시한 두 가지 요구 사항’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것과 유럽 안보에 관해 러시아와 양자 협정을 체결하자고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와 대화할 용의는 충분히 있다며, 대안으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미·러 전략안정대화(SSD), 나토·러시아위원회 등 다양한 국제회의를 통해 군축 협정 및 신뢰 구축 조치를 하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이러한 협상의 전제조건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완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나토는 서면 답변을 통해 “우크라와 벨라루스 인근에 배치된 10만 이상의 러시아 병력을 즉각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고, 미국도 “러시아가 우크라를 위협하는 조치들을 완화하는 환경에서만 이 문제에 대해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입수된 문서는 두 개로 하나는 미국이 보낸 ‘기밀/미·러 관계(서론, 7가지 요점 및 몇 가지 간단한 결론으로 구성)’라는 제목으로, 다른 하나는 나토가 보낸 ‘나토·러시아 제한문서(12개 섹션 포함)’이라는 제목으로 러시아에 전달됐다.
미국은 문서에서 “나토의 문호 개방 정책을 지지하며 추후 우크라의 나토 가입에 대해서도 열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모든 문제는 나토·러시아 이사회(NRC)에서 다뤄야 한다고 명시했다. 나토가 보낸 문서에서도 개방 정책을 강화하고 모든 국가가 외압 없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자국이 우크라 국경에 10만 이상의 병력을 주둔시키면서도,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있는 나토의 이지스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러시아까지 도달할 수 있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이 배치됐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과 나토는 그 시스템은 단지 이란과 같은 다른 나라의 공격에 대비해 방어적으로 갖춘 것일 뿐 러시아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서도 서면 답변을 내놓았다. 신뢰 구축을 위해 러시아가 우려하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이 없다는 점을 증명할 ‘상호 투명 매커니즘’을 제안했다. 이는 러시아가 영토 내 칼리닌그라드에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모두 발사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한 것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난해 12월 러시아는 나토가 동진(동쪽으로 확장)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또한 서방 국가들에게 러시아의 안보를 보장하는 서약을 요구하며, 서방이 1990년대 중반 수준으로 군사력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일 “러시아의 가장 시급한 요구가 무시되고 있다”며 “우크라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한 우크라가 나토에 가입해 무기를 획득하면 러시아가 2014년에 병합한 크림반도를 탈환하기 위해 전쟁을 치를 것이며 이는 러시아와 나토의 전쟁으로까지 번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 파이스가 입수한 해당 문서는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확인했다. 커비는 “유럽 언론에 유출된 문서가 우리가 직접 공개하진 않았지만, 전 세계에 우리의 입장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