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7시 1대1 토론" 고집하는 국민의힘
설연휴 4자토론 무산 위기
법원 불허 결정, 국민여론은 뒷전
◆…국민의힘 TV토론 협상단 성일종 단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선 후보 TV토론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주혜 의원, 성일종 단장, 황상무 특보.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후보 토론협상단은 28일 당사에서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단은 초청의 주최가 방송사일 경우 공직선거법 82조의 정신을 살려 소수정당을 참여시키라는 것"이라며 "양당이 주최할 경우 양자토론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협상단은 "이재명후보는 작년 11월 8일, 12월 20일, 28일, 그리고 올해 1월 3일 등 양자토론을 하자고 수없이 주장했다. 이에 우리 윤석열 후보가 응답해 양당은 1대1 양자토론을 합의했고, 실행하기로 약속했다"며 민주당은 합의 정신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26일 '양자토론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의 인용을 통해 양자토론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협상단은 법원의 판단은 초청의 주최가 방송사일 경우라며, 주최가 양당일 경우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양자토론을 고집하고 있다.
이어 민주당을 향해 "4자토론을 끌어들여 양자토론을 회피하지 마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또 민주당에서 31일 양자토론과 4자토론 모두를 수용하겠다고 밝히자, 둘을 같이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토론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협상단은 "민주당은 즉각 31일 오후 7시 1대1 토론을 수용하라"며 "4자토론 커튼 뒤에 이재명 후보는 숨지 말라"고 거듭 양자토론을 주장했다.
이어 "금일 11시, 1대1토론 실무협상을 위해 만날 것을 민주당 박주민 단장께 제안한다"고 밝혔다.
협상단은 "1대1 토론이 열릴 경우 많은 방송사와 유투버 등의 실황중계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더 많은 매체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토론을 접하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26일 방송3사에서 31일 4자토론 참석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냈지만, 국민의힘 측만 거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가 주최하는 방송보다 양당이 주최하고 방송사들은 알아서 취재해 보도하라는 태도 또한 언론과 국민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대목이다.
또 성일종 단장은 지난 27일 "국민은 양자 토론을 더 보고 싶어하고 더 듣고 싶어한다"며 "4자 토론을 할 경우 시간 제약상 한 후보당 채 30분도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토론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성인남여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TV토론 방식'에 대해 응답자 69.8%는 '다자 토론'이 더 좋다고 답했다. '양자 토론'이 좋다는 응답자는 27.0%에 그쳤으며, '모름/무응답'은 3.2%였다.
법원의 불허 결정과 다자토론을 원하는 국민여론에도 국민의힘이 양자토론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심지어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조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토론 회피처럼 보이는 옹졸한 제안"이라고 지적하고 나서는 상황임에도 27일에 이어 28일 다시 31일 양자토론 카드를 들고 나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양자토론 제안에 대해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안철수 후보는 "(윤 후보는) 저와 토론하는 게 무섭나 보다"며 "법원 결정도 무시하는 건 리더로서 자격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의 양자토론 고집은 설 밥상에서 안철수라는 떡국을 빼겠다는 것"이라며 "이전의 선례도 무시하고 법원이 결정해도 따르지 않겠다는 오만함의 극치"라고 날을 세웠다.
심상정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늘 법대로 하겠다는 윤 후보께서 왜 토론은 법대로 못하겠다는 겁니까. 불리하다 싶으면 탈법하고, 민주주의마저 부정하는 게 윤석열의 공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들었다.
국민들은 다자토론이든, 양자토론이든 보다 많은 토론회를 보고,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을 평가해 주권을 행사하고 싶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