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핵심 세무업무 못한다... 23개월 만에 입법공백 해소

세무사법 개정안 11일 국회 본회의 통과

변호사는 기장·성실신고확인 업무 불가

대한변협,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 강력 반발

세무대리 업무 소개·알선 금지 신설

세무 플랫폼 업체 사업 중단 가능성

앞으로 변호사는 세무사의 핵심 업무인 '장부작성 대리(기장)'와 '성실신고 확인' 등 세무와 회계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국회는 1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개정안이 통과함에 따라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는 기장과 성실신고확인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없으며, 기타 세무대리 업무를 하려면 1개월 이상의 실무교육을 이수한 후 변호사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해야 한다.

변호사 시험합격이후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은 변호사들(2004∼2017년 변호사 자격 취득자)이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 기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인원은 1만81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 "비정상의 정상화" VS "위헌소송 이어갈 것"

  세무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세무사 업계와 변호사 업계 간의 줄다리기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이어져왔다. 입법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세무사 시험에 합격해도 정식등록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2년이 되도록 장기화됐다.

지난 2018년 4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2015헌가19, 2018년 4월 26일) 판결 이후 법 개정시한(2019년 12월 말)까지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23개월 째 입법공백을 빚어온 것이다.

세무사 업계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는 이유만으로 전문영역인 기장업무와 성실신고확인 업무까지 할 수 있게 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해온 반면, 변호사 업계에서는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지 않으면 헌재에서 내린 결정에 또 다시 위헌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팽팽히 맞서왔다.

세무사법을 심의하는 기획재정위원회는 논의 끝에 기장·성실신고를 제외한 전(全)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되, 이마저도 1개월 이상의 실무교육을 거치는 내용의 합의안을 만들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국회가 사실상 세무사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한국세무사회는 비정상이 정상화 됐다며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세무사회 관계자는 "(세무사법의) 입법공백이 길어져 법적 불안전성을 방치해온 것은 납세자 권익의 상당한 침해로 이어져 온 측면이 있다"면서 "이제라도 법이 개정된 것은 비정상이 정상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세무사법 개정안은 변호사 자격 취득으로 세무사 자격을 갖춘 변호사의 기장 및 성실신고 확인업무 수행을 원천 금지하는 등 또다시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가 세무대리를 하지 못하도록 만든 명백한 위헌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대한변협은 지난 10일 성명서를 내고 "법조계(헌법재판소, 대법원, 법무부, 법원행정처, 한국헌법학회 등)가 한목소리로 위헌 소지를 제기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법사위 통과를 넘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치수호를 위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강력한 대응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삼쩜삼, 세무통 등 세무플랫폼 사업 중단 위기

  이번 개정안에는 세무사 등에 대한 세무대리를 소개·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벌칙을 신설해 시장의 혼탁을 방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신설된 조항에 따라 삼쩜삼, 세무통 등 세무 업무를 중개하는 스타트업 플랫폼 업체는 사업을 중단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특정 플랫폼 사업을 금지하는 1호 법안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개정안에는 세무사 자격증 대여를 알선한 자 등에 대한 벌칙이 신설됐으며, 세무사 업무실적 내역서의 제출시기를 매년 1월 31일에서 7월 31일로 변경하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5급 이상 공무원직에 있다가 퇴직해 세무사 개업을 한 세무사가 퇴직 1년 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국가기관이 처리하는 사무와 관련된 세무대리를 퇴직한 날부터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전관예우 방지조항도 포함됐다.

세무사 징계내용 등의 공고 및 통보 규정의 법률상 근거가 마련돼 기획재정부장관이 세무사에 대한 징계 등을 하는 경우 소속협회 등에 통보하고 관보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했다.

이 밖에 무등록자의 세무대리 업무 표시 및 광고 금지 위반에 대한 벌칙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으며, 위법한 명의대여 등을 통해 수수한 금품 등을 몰수하거나 추징하는 규정도 신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