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탄소국경세 부과 시 韓수출에 충격 우려"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 제75권 제7호-

美·EU 탄소국경세 부과 시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

수출의존도·탄소집약도 높은 한국… 마이너스 불가피

"그린뉴딜 정책 시장 확대 기회로 삼아야"

최근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 수입품 생산으로 배출되는 탄소량에 따라 관세(탄소국경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수출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최근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무역팀에서 조사통계월보 제75권 제7호에 실은 '주요국 기후변화 대응정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탄소국경세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게재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기후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친환경·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주요국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EU와 미국 등 주요국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이 통상정책과 연계될 경우 수출의존도 및 주력산업의 탄소집약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부정적 영향 불가피하지만… 새로운 기회 삼아야"

탄소국경세는 우리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 저하(직접경로), 탄소국경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중국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감소(간접경로) 등을 통해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고서는 EU 및 미국이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기본 시나리오(톤당 50달러)'와 탄소국경세를 감면(톤당 35달러)받는 '감면 시나리오'로 구분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국가에서 탄소국경세가 도입될 경우 주력 수출산업의 탄소집약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수출이 EU의 도입으로 연간 0.5%(중위 값 기준, 이하동일, 약 32억 달러), 미국의 도입으로 0.6% 감소(약 39억 달러)할 것이란 예측이다.

산업별로 보면 탄소집약도가 높고 수출비중이 큰 운송장비(자동차·선박, EU 부과 시 0.16%p, 미국 부과시 0.15%p), 금속제품(철강, 0.10%p, 0.13%p), 화학제품(합성수지·의약품, 0.10%p, 0.09%p) 수출의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반도체 등 전기전자 제품(0.10%p, 0.13%p)도 탄소국경세 도입의 영향으로 중국의 수출이 감소할 경우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줄어드는 등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다만, 앞으로 우리 기업이 국내에서 부담하는 탄소배출 비용을 인정받아 탄소국경세를 감면 받을 경우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은행 국제무역팀 김선진 과장은 "우리나라는 정부차원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장기 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으나, 탄소국경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및 정부 차원의 단기적인 대응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요국은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