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홍문표·조경태 우군화…'나-주 동맹' 선제대응?

국민의힘 당권주자 이준석 후보가 나경원·주호영 후보에게 날을 세우는 것과 달리 홍문표·조경태 후보를 깍듯하게 대우하고 있다.

나경원·주호영 후보의 단일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후보가 '유사시'에 대비해 홍·조 후보를 우군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일 MBN 주관 TV 토론에서 이 후보는 수권정당을 어떻게 만들겠느냐는 홍 후보의 질의에 "홍 후보는 경험과 경륜 있으시고 당 조직을 관리해주신 분"이라며 "실례가 되지 않으면, 제가 당 대표가 되고 난 이후 많은 자문을 구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지난달 30일 광주 합동연설회에서도 홍 후보의 연설에 대해 "품격 넘치는 연설"이라며 "대표로 당선되면 홍 후보의 좋은 정책을 흡수하겠다"고 치켜세웠다.

이튿날인 31일 MBC 100분 토론에서는 조경태 후보와의 공통점을 적극 내세웠다. 그는 민주당 출신인 조 후보가 30대에 불모지 부산에서 당선됐던 경력을 거론, "대한민국 정치 역사 속에서 청년으로서 험지를 성공적으로 돌파하신 조경태 의원"이라고 극찬했다. 이 같은 태도는 나경원·주호영 후보에게 "이해력이 부족하시다", "경선 공정 관리에 자질이 없다"는 등의 날이 선 발언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조 후보도 이 후보에게 우호적이다. 조 후보는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계파를 운운하는 것은 전당대회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나, 주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후보들 모두 강한 완주 의사를 내비치지만, 당내에서는 중진 그룹의 단일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된다. 1∼2위 격차를 따라잡기 위한 유일한 돌파구라는 논리다.

종합 득표율 41.0%로 예비경선 1위를 차지한 이 후보는 최근 PNR리서치(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의 차기 당대표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40%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2위 나경원 후보(19.5%)와 2배 격차를 보였다.

중진이 당권을 잡기 위해선 단일화가 필요해진 상황이지만, 그 누구도 중도 사퇴시 실익이 없어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영남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초선이 단일화하면 모양새가 좋지만, 중진이 승리를 위해 단일화하면 야합하는 느낌이 들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