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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 진단]

② 주택 소유 편중의 원인은… 투자 or 투기?

  • 보도 : 2020.12.14 07:11
  • 수정 : 2020.12.14 11:02

자본주의 속성에 기인한 부동산 쏠림 현상

파레토의 법칙·피케티 지수…'부동산 양극화'

부동산 투기 원인, '민간 주도' 주택 공급

자가소유 가구 '개발이익' 집값 상승 이끌어

조세일보

◆…전문가들은 부동산 소유 편중 현상이 투자가치가 높은 부동산에 돈이 몰리면서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홍준표 기자)

◆ 부동산 소유편중은 자본주의의 자연스러운 현상

무주택자들의 비율이 늘어나는 데 반해 다주택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속성과 관계가 깊다. 가령, 1년에 10억원을 버는 A씨가 연간 3억원 가량을 소비하고 7억원 정도가 남았다면 A씨는 여유자금을 어떻게 운용할까? 안전하게 은행에 예치해 두거나 은행의 이자율보다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투자대상은 부동산·주식·국채·귀금속·서화 골동품·외환·가상화폐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부동산은 가장 안전하고 매력적인 투자자산에 속한다. 포트폴리오(portfolio) 이론에 따른 투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리적, 경제적 투자 의사 결정 방법이므로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투자가치가 높은 상품에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구매력이 높은 부자들의 부동산 소유가 늘어나고, 부자들은 부동산가치 상승으로 더욱 부자가 되는 반면 구매력이 낮은 서민들은 오른 집값 때문에 허리가 휘게 된다.

'파레토의 법칙'과 '토마 피케티'의 이론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양극화, 즉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은 갈수록 심화된다.

파레토의 법칙은 가장 부유한 시민 20%가 국부의 80%를 차지한다는 이른바 '2대 8의 법칙', '2080의 법칙'이다. 이는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가 1896년에 이탈리아 20% 인구가 80% 땅을 소유하고 있는 현상을 논문으로 발표한 데서 유래됐다. 경영 컨설턴트인 조지프 듀란이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발견한 현상에서 이름을 따와 파레토의 법칙이라 이름을 붙였다.

파레토의 법칙은 부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사회 여러 현상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가장 잘 팔리는 제품 20%가 시장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상위 20%의 축구선수가 80%의 골을 넣는다', '올림픽에서 상위 20%의 국가가 메달의 80%를 가져간다는' 식의 설명이다. 경영학에서 '80%의 성과를 위해 핵심 20%에 집중한다'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라는 '롱테일의 법칙'도 파레토의 법칙을 인용한 것이다.

자원이 한정된 토지의 경우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방치하면 부자들은 자신의 삶에 필요한 땅보다 훨씬 많은 땅을 차지하게 되는 반면, 가난한 사람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땅조차 구할 수 없게 되는, 매우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며 비경제적인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 불평등 지표 '피케티지수'…한국 세계 최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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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13년 '21세기 자본'을 출간해 세계 경제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 각국의 소득 및 자본 관련 통계를 바탕으로 세계 자본주의의 흐름과 양극화 문제를 실증 분석했는데, 자산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지면서 소득불평등이 점점 더 심화된다고 분석했다.

피케티는 매우 비판적인 시각으로 지난 2백 년 동안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상세히 밝혔다. 피케티는 국가가 하는 주요한 재분배 기능이 모두 사라진 자유시장 자본주의에서는 비민주적인 소수 지배가 생겨난다는 것을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피케티는 자신의 저서에서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피케티지수'를 고안했다. 피케티지수는 자산가치를 국민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근로 소득보다 자본 소득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나라의 모든 부의 가치를 1년 동안 국민이 벌어들인 소득으로 나눠 산출해 불평등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피케티지수'가 작년에 비교해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0년 이후 피케티지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피케티지수가 8.6으로 전년(8.1)보다 0.5 상승했다.

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토지자산 비율이 2019년 4.6배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일본·프랑스·호주의 2.4~2.8배, 캐나다·네덜란드의 1.3~1.6배 수준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의 연구(2014) 또한 한국의 피케티지수가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로 높고, 정부의 순자산을 합산한 국부를 기준으로 보면 7.6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용혜인 의원도 피케티지수의 상승 폭을 우려했다. 용혜인 의원실이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데이터를 활용해 발표한 피케티지수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지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2.2%였는데 최근 2년 사이 피케티지수가 9.3% 올랐다. 부동산 가격 중 특히 토지 가격 상승이 자산가격을 올렸다는 설명이다.

◆ 부동산 투기, '민간 의존' 주택공급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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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소유의 편중은 실소유 목적이 아닌 '투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보유세를 인상하고 대출을 규제하는 등 다양한 부동산 대책에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투기 열풍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한국 특유의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 방식에서 찾아야 한다고 분석한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진단한 책 '내 집에 갇힌 사회 : 생존과 투기 사이에서(2020)'의 저자인 김명수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교수는 "1970년대 산업화 시절 정부가 경제성장에 집중하면서 민간자원을 끌어모아 집을 짓는 질서가 만들어졌다"며 "그런데 민간 대형건설사들이 주택 소유자들과 개발이익을 공유하면서 집값은 계속 올라갔고, 주거비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과정에서 사업자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이윤 창출보다 '투기'를 통해 이윤을 챙기는 구조가 됐다"며 "이러한 원인 때문에 내 집 마련에 실패한 사람들은 경제적 이익은 커녕 안정된 주거조차 누리기 힘들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때 주택 소유자들이 건설비용을 조달하면 개발이익을 함께 공유하는 시스템이 반복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민간자원을 동원한 주택 공급 방식의 형성 과정을 자신의 저서 '내 집에 갇힌 사회'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형태의 주택 공급을 두고 정부·대형 사업자(민간 건설사)·자가소유 가구 등 3자가 연결된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라고 표현했다. 이 연쇄 과정에 따르면 정부는 취약한 재정 기여를 가계와 기업의 자금으로 메우는 구조로 주택을 공급한다.

먼저 개발 시절 주택 공급 과정에서 정부와 대형 사업자 사이에 이해 교환 관계가 발생했다. 대형 사업자와 자가소유 가구들은 건설 자금을 제공한 대가로 각각 이윤과 자본이득(개발이익)의 형태로 편익을 배분받았다. 이를 통해 정부는 주택서비스 공급에 필요한 공공자원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고, 이를 성장 재원으로 전용할 수 있게 됐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부터 정부는 독점 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시장구조를 대형 사업자에게 보장했고, 그 결과 주택산업의 대형화와 민간이 공급을 주도하는 시장 질서가 마련됐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다.

주택사업자와 자가소유 가구 사이에서도 이해 관계가 발생했다. 기업은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건설 비용을 주택 소유자들로부터 조달받았고, 이 비용을 제공한 가구들은 소비자이면서 일종의 투자자로서 기능했다. 김 교수는 "주택 소유로 얻을 자본이득(개발이익)의 배분과 관련된 마찰, 특히 소유 편중과 부의 이전을 놓고 다양한 집단 간 갈등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유주택자뿐만 아니라 집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미래의 자가 소유 혜택을 기대하는 등 평범한 주택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일종의 투자자로서 자본이득에 대한 강력한 동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권위주의 정부'와 '자가소유 가구' 간 이해 관계는 집값을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재산형성을 위한 특혜를 자가소유 가구에 제공하면서 권력 안정을 뒷받침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기반으로 다졌다"며 "그러나 개발이익의 배분을 통해 자가소유 가구에 보상하는 주택 공급 방식은 주거비용의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적인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김 교수는 "정부가 시장에 주택 공급을 맡겼고, 건설사는 입주자들로부터 자금을 제공받아 발생한 이익을 공유해 투기가 조장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형 사업자에게 이윤 기회를 편중시킨 '불공정한 공급자 시장 구조'가 문제의 시작이 됐다"며 "그러나 정부 규제로 인해 지가 폭등이나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이윤 규모 자체가 급격히 축소된 때에는 사업자 사이의 시장경쟁이 쉽게 고조됐고, 이에 따른 정책 갈등도 펼쳐졌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 특별취재팀 : 홍준표·염재중·염정우·태기원·강대경 기자]

※ 본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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