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코로나19 우려 속 불법집회 없이 마무리
경찰, 광화문 일대 차벽·펜스 설치 통행 차단
일부 보수단체, 기자회견 및 1인 시위 강행
경찰 "시민 협조 덕분에 안전하게 상황 종료"
◆…개천절인 3일 경찰이 서울 광화문 일대의 불법 집회를 원천 봉쇄하는 작전을 펼쳐 큰 소동 없이 상황이 종료됐다.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개천절인 지난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보수단체가 집회를 신청한 서울 광화문 일대를 원천 봉쇄하며 '광복절 집회 사태'는 반복되지 않았다. 일부 보수단체가 광화문 주변에서 기자회견과 기습 시위를 강행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이날 경찰은 차벽과 펜스를 세우고, 검문을 강화하는 등 삼엄한 봉쇄 작전을 펼쳤다. 경찰은 오전 7시께부터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 90곳에 차량 검문소를 설치하고 통행하는 차량을 검문했다.
특히 지난 8월15일 대규모 집회가 열렸던 광화문 일대는 경찰 버스들이 광장을 에워싸 시민들의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광화문 방면으로 향하는 도로와 인도를 비롯해 건물 사이의 샛길까지 경찰과 버스가 배치됐다.
광화문에서 서울시청까지 연결된 세종대로와 인도는 차벽을 이뤄 통행을 막았고, 버스와 지하철도 인근 역과 정류장을 무정차로 통과했다. 오전9시께부터 지하철은 5호선 광화문역, 1·2호선 시청역, 3호선 경복궁역을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
경찰의 물샐틈없는 경계가 이어지자 일부 보수단체는 광화문 주변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방역 당국을 맹비난했다. 집회를 주도한 '8·15 참가자시민비대위(8·15 비대위)'는 이날 오후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 1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8·15 비대위의 강연재 변호사는 "대한민국이 지금 전쟁이 난 것인가, 계엄령이 선포된 것인가"라며 "변호사 서너 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한다는데 왜 이렇게 많은 경찰이 모여 난리를 쳐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고영일 변호사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되레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1인 시위를 예고했던 보수단체 회원들이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참가자들 수십 여명이 한곳에 모여 시위를 했고, 경찰이 2차례 이상 해산을 촉구하는 경고 방송을 내보내자 참가자들이 해산했다.
◆…개천절인 3일 오후 과천 우면산터널 입구에서 경찰들이 차량 시위를 벌이는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회원들이 탄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법원이 허용한 10대 미만의 소규모 차량 시위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보수단체인 '애국순찰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지역부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는 서울 광진구까지 약 21㎞를 챠량으로 이동했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행동' 단체도 이날 오후 약 2시간가량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에서 공영차고지까지 약 15㎞ 구간을 행진했다.
앞서 경찰은 서울시 인근 도로와 한강 다리, 도심권 순으로 3중 차단하는 검문소를 운영해 도심 내 불법 집회를 완전히 차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날 광화문 광장 일대는 300여대의 경찰 버스와 경비 경찰 21개 중대가 배치돼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해 "합법적인 집회는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이기 때문에 존중하되, 불법 집회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대응해달라"며 경찰의 강력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개천절 기자회견과 차량 시위가 마무리된 뒤 "개천절 집회는 우려했던 대규모 인원의 집결 없이 마무리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경찰에서는 8·15 광복절 집회 때와 같은 감염병 위험 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 집결 자제 요청과 함께 검문검색·차량우회 등 조치를 했다"며 "시민들께서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적극 협조해 준 덕분에 안전하게 상황이 종료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