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기념식...역사적 현장 고려
주제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미래세대 계승 의지 담아
5·18 40주년 기념 헌정공연...'내 정은 청산이오' 최초 공개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국가보훈처 주최로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지난해 39주년에 이어 올해도 참석해 5.18 정신과 취지를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tv 방송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오전 10시 국가보훈처 주최로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사적5-2호)에서 열린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2017년 5월 취임 후 바로 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고, 그 이듬해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9년 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데 이어 올해 연이어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정신과 그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기념식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5·18민주유공자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민주·인권·평화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여 국민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기념식을 5·18민주광장에서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광장이 항쟁 당시 본부였고, 광장 분수대를 연단 삼아 각종 집회를 열며 항쟁 의지를 불태웠던 역사적 현장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선정됐다.
문 대통령은 국가보훈처장과 광주시장, 전남도지사,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장, 5·18 3단체장 등 주요 인사와 동반 입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미래통합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여야 지도부도 일제히 자리했다.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를 주제로 열린 기념식은 5·18유공자 및 유족, 민주・시민단체 주요 인사 등 4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방송인 김제동의 사회로 ▲대통령 내외 입장 ▲개식 선언 ▲오프닝 영상 ▲국민의례 ▲경과 보고 ▲유족 편지 낭독 ▲대통령 기념사 ▲헌정 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폐식 및 대통령 내외 퇴장 순으로 진행됐다.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사전 행사(방송) (사진=연합뉴스tv방송 캡처)
행사 주제인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는 5·18에 대한 이념적 논쟁과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부당한 권력에 맞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항거한 5·18 정신을 미래세대에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래세대에게 전하는 5·18'을 주제로 한 오프닝 영상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제작된 5·18 민주화운동 관련 영화 영상을 활용해 40년 전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국민의례에서는 문흥식 5·18 구속부상자회장이 5·18 40주년을 맞이해 김용택 시인이 쓴 묵념사 '바람이 일었던 곳'을 낭독했다.
경과보고는 매해 5·18 주요단체장들이 순서에 따라 한 명씩 대표자로 발표했던 관례를 깨고, 5·18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는 미래세대 주역으로 선정된 청년들이 발표에 나섰다.
◆…경과보고 발표자로 나선 김륜이(여) 유공자 자녀(사진=연합뉴스tv방송 캡처)
발표자로는 5·18 유공자 자녀인 조선대 사회복지학과 2학년 김륜이(여)와 유족 자녀인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1학년 차경태(남)로 2명이다.
항쟁 당시 희생된 고(故) 임은택 씨의 아내 최정희(73세) 씨는 남편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낭독이 끝난 뒤에는 가수 김필이 김광진의 '편지'를 피아노 연주에 맞춰 노래했다.
낭독과 노래로 이어진 '편지'는 5·18의 아픔이 광주만의 슬픔이 아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인간의 보편적 슬픔이자 비극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5.18유가족 최정희(73)씨가 고인이 된 남편 임은택 씨를 향한 그리움의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방송 캡처)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오월 정신'은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라며 "'오월 정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미래를 열어가는 청년들에게 용기의 원천으로 끊임없이 재발견될 때 비로소 살아있는 정신이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오월 정신'이 우리 마음에 살아 있을 때 5·18의 진실도 끊임없이 발굴될 것"이라며 "광주시민들은 아픔을 넘어서는 긍지로 5·18의 명예를 소중히 지켜왔다. 광주 밖에서도 수많은 이들이 광주의 고통에 눈감지 않고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정부도 5·18의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지난 5월12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남겨진 진실을 낱낱이 밝힐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왜곡과 폄훼는 더이상 설 길이 없어질 것"이라며 "발포 명령자 규명과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과 은폐·조작 의혹과 같은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이라며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5·18 행방불명자 소재를 파악하고, 추가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배·보상에 있어서도 단 한 명도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40년 전 광주는 숭고한 용기와 헌신으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주었다"며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국민에게 있다. 우리에게 각인된 그 경험은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언제나 가장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5·18 정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헌정공연 장면(연합뉴스tv방송 캡처)
5·18 40주년을 맞아 음악감독 정재일과 영상감독 장민승의 협업으로 제작된 총 23분의 '내 정은 청산이오'는 추모의 마음과 함께 미래세대에게 5·18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헌정 공연을 통해 최초 공개됐다.
정재일 감독은 남도의 정수라 불리는 민요 '육자배기', 한국전통문화의 핵심 중 하나인 '진도 씻김굿'과 민주주의의 상징곡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양한 구성과 형태로 활용하여 작곡했다.
장민승 감독은 5·18의 상흔이 고스란히 간직된 (구)국군광주병원의 모습과 당시 수감자들이 붙잡혔던 (구)광주교도소의 독방과 복도, 1980년 당시 제작된 석판화와 5·18 역사 자료 등을 활용한 특별 연출 장면들을 구성했다.
◆…5.18민주화운동 제40주년 기념식 마지막 순서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모습 (사진=연합뉴스tv방송 캡처)
헌정공연 이후 참석자 전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뒤 행사가 마무리됐다.
청와대는 "5·18 40주년을 맞아 유공자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민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 기념식의 취지"라며 "특히 정부기념일로 지정된 뒤 처음으로 항쟁지인 5·18민주광장에서 개최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