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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늘어나는 국고 도둑, 누가 기꺼이 세금을 내겠는가

  • 보도 : 2019.10.17 08:20
  • 수정 : 2019.10.17 08:20

나라든 가정이든 잘 벌어도 씀씀이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살림살이가 나아질 리 없다.

나라의 벌이는 납세자가 내는 세금이 주축이다. 세금은 내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다르다. 국민은 나라를 믿고 세금을 낸다.

그 세금이 줄줄이 도둑질 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도둑질을 막을 책임은 당연히 정부에 있다.

세금 중에서 복지나 경제 활성화 지원을 위해 개인이나 기업에 막대한 돈이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된다. 보조금은 기초연금이나 일자리안정자금이 가장 큰 규모라지만 셀 수도 없는 각종 보조금을 만들어 거저 주고 있다.

현 정부에 들어 보조금 규모는 2017년 94조 5,000억 원에서 올해 124조 4,000억 원으로 늘었다.

2017년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하여 징수한 세금이 7조 원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니 보조금으로 쓰이는 금액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러한 보조금을 각종 허위신고나 편법에 의하여 도둑질해 간 부정수급 건도 부쩍 늘었다. 올해 1~7월만 해도 그 금액이 1,854억 원이고 12만 869건이나 되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배 많은 수치다.

적발되지 않는 것은 얼마나 될 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보조금 도둑은 탈세와 다르지 않다. 세금 탈루나 조세범에 대해서는 과중한 가산세나 조세포탈죄로 응징한다. 사회적으로도 탈세자, 탈세기업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고액체납자는 명단이 공개되어 망신 주는 것도 법제화되어 있다. 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가 내지 않은 세금을 추가 납부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고의건 실수건 세금 탈루는 무섭다.

보조금 도둑은 딱들어 맞는 형사범죄이지만 보조금 부정수급으로 부른다. 부정수급이라는 용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범죄임에도 비난가능성이 적게 느껴진다.

개중에는 단순 실수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고의적인 속임수로 받아간다. 이미 사망한 부모의 기초연금을 계속 받아가는 자녀들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이미 다른 나라가 먼저 경험한 일이다.

이에 생존확인증명서가 수급요건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허위계획, 보육원 원생 부풀리기, 유령 직원 신고, 무직자 행세 등 보조금을 가로 채는 방법은 셀 수도 없다. 이들 보조금 가로채기는 나라를 속이는 사기행위이다. 동시에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의 죄책도 지게 되지만 보조금 도둑은 더 횡행한다.

보조금은 공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는 것도 복지확대의 부작용이다.

정부는 그 대책으로 적발공무원 확대, 적발 시 바로 고발조치, 30%를 지급하는 포상금 지급한도 폐지 등을 내 놓았다. 이러한 방안이 방만하고 천차만별인 보조금 도둑을 막아 낼지 의문이다.

보조금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으나 세수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올 1~8월 세수는 작년보다 3.7조 원이 감소하였고 재정적자는 50조 원에 이른다. 더구나 국가채무는 급격히 늘어 8월말 기준 7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앞으로 나라 살림살이가 걱정이다.

어려운 형편에 세금을 내는 국민의 눈에 보조금 펑펑 쓰기와 보조금 도둑의 증가는 어떻게 비칠까? 납세자라면 누구라도 이렇게 줄줄이 새는 세금을 왜 내는가 하는 회의를 품게 된다.

정부가 국고 도둑을 막지 못한다면 국민에게 세금을 잘 내라고 할 염치가 없는 것이다.

바람직한 조세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세금을 걷기 위한 엄정한 세무조사도 좋지만 걷은 세금을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먼저이다. 세금은 눈먼 돈이라는 말을 바꾸는 것이 정부의 최소한의 책무이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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