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과한 인사청문제도, 문제점 전혀 개선되지 못해"
"사전검증 소홀·책임 지지 않는 靑, 여야 모두 정파적 접근도 문제"
◆…경실련은 11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자 인사검증,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직자 인사검증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가졌다 (사진=경실련)
조진만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은 11일 "한국에서 인사청문제도가 채택된 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인사청문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기도한 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동숭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개최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자 인사검증,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직자 인사검증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인사청문회가 시행된 이래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회 후보자 낙마율이 17.5%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 눈높이가 높아졌음에도, 인사청문 시스템 전반의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문제가 있는 고위공직 후보자를 지명하는 관행, 청와대가 사전 검증에 소홀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 여당과 야당 모두 정파적으로 인사청문회에 접근하는 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이후에도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후보자를 대통령이 지명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안으로 "정치권은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를 내정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초당적으로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그러한 원칙에 맞는 인사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정당 차원에서 꾸준하게 고위공직 후보자 군을 형성해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해 사전에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전 검증을 다양한 기관이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문재인정부가 '7대 인사 배제기준'을 제시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기에 이어 2기 내각의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는 등 인사에 큰 논란이 일자 이에 인사검증 기준과 인사청문제도의 개선방안을 논의코자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연숙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교수는 "인사청문제도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제도"라며 "다만 현행 제도는 20년 전 마련된 인사청문의 기준으로 실질적 의미에서 공직자의 자격과 자질, 가치관과 철학을 면밀히 검증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객관적인 인사검증을 위한 법률적 기반 마련, 국민정서상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인사검증 지표개선을 통해 개선되어야 한다"며 "인사검증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개인 신상과 불법 행위에 대한 1차 검증을 넘어 정책수행능력, 그리고 공직자로서 철학과 가치관을 종합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법령 제정이 필요하고, 보다 보편적이지만 구체적인 항목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기준 마련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영미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근본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개인적 하자는 사전 인사검증시스템을 철저히 가동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지킬 수 있고 지킬 의지가 확고한 원칙과 기준을 현실적으로 최소한의 수준으로 정하는 게 오히려 나을 것"이라며 "운영·실천에 관한 정치적·사회적 합의를 진득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성호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인사청문제도로 인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신뢰가 저하되고, 물리적 비용이 있으므로 차라리 인사청문회를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사전검증을 치밀하게 하자는 제안에 대해서 반대할 이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도덕성 검증 단계에서 외부기관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안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