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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상속설계 이야기-(19)]

유해와 유골도 상속되는가

  • 보도 : 2018.06.19 08:16
  • 수정 : 2018.06.19 08:16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 준비를 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톨스토이)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삶을 부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현재의 삶에 치열하라는 의미다.

이미 그러하겠지만 삶은 철저히 계획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연습이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닥쳐올 죽음 또한 조심스러운 준비절차가 필요하다. 상속설계가 바로 그렇다. 동양적 죽음관에 비춰볼 때 장례식을 어떻게 치를지, 장례 방법을 어떻게 할지, 예를 들어 화장할지, 매장할지, 수목장(樹木葬) 혹은 바다장이나 우주장(宇宙葬, Space Burial)을 할지, 다음으로 제사를 어떻게 할지, 전통제례대로 할지 아니면 종교예식으로 할지 또한 상속설계의 중요한 설계사항이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속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가 제사 상속, 둘째가 호주상속, 셋째가 재산상속. 기억하듯이 호주상속은 호주승계로 변경되었다가 전면 폐지됐다. 양성평등의 흐름에 따라 더 이상 호주제는 없다. 재산상속은 되려 그 중요성이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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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네이버캐스트

제사 상속은 유교적 전통에 따라 오래전부터 중요한 문제였다. 현재에도 제사 상속은 살아 남아 사실상 이뤄지고 있다. 1933년 조선고등법원은 제사 상속은 법률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현행 민법도 제사 상속을 정면으로 인정하진 않는다. 그래서 '사실상'이다.

우리 법제는 민법 제1008조의3(분묘 등의 승계)을 통해 제사 상속을 간접적으로 승인한다.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禁養林野)와 600평 이내의 묘토(墓土)인 농지, 족보(族譜)와 제구(祭具)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제사용 재산을 (상속이 아닌) 승계를 한다. 이렇게 제사를 사실상, 간접적으로 승계(상속)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유해와 유골에 대한 권리는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먼저, 유해와 유골이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을까. 자식이 여럿일 때, 유해와 유골은 누구에게로 넘어가야 할까. 대법원 판례와 다수설은 '유해와 유골은 제사 주재자에게 승계된다'고 정리했다.

본부인과의 사이에 3남 3녀를 뒀지만 가출한 아버지가 있었다. 이혼하지 않은 상태로, 다른 여자와 동거를 시작해 1남 2녀를 두고 44년여 동안 함께 살았다.

아버지가 숨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본부인 소생의 장남이 아버지를 선산에 모시겠다며 이복형제를 상대로 유해와 유골을 인도해달라는 '유체인도 청구소송'을 냈다.

2008년 11월 20일, 우리 대법원은 '선친의 유해를 모실 권리는 숨질 때까지 40여 년간 모신 이복동생이 아니라, 본부인 소생 장남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확립된 제사 상속에 대한 법률적 결론을 요약한다.

첫째, 제사 주재자는 우선적으로 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로 정하되, 협의가 안 되면 장남, 장손의 순으로 넘어간다. 아들이 없을 땐 장녀가 제사를 주재한다.

둘째, 사람의 유해·유골은 매장·관리·제사·공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유체물로서, 분묘와 함께 제사 주재자에게 승계된다.

셋째, 망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이상 그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그 존중은 법률적 의무가 아니라 도의적 의무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자식들이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무시하라는 말은 아니다. 이 또한 도덕률이기 때문이다.

넷째, 도저히 제사 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장기간의 외국 거주,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심한 모욕 또는 위해를 가하는 행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모의 유지 내지 유훈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 등을 한 경우다. 이때는 장남, 장손이 아니라 다른 상속인에게 승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최재천 변호사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 (전)
17대, 19대 국회의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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