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이 끝내 당을 쪼갰다.
김무성·강길부·주호영·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정양석·홍철오 의원은 6일 국회에서 통합성명서를 내고 탈당을 공식화했다. 이들은 탈당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 폭주를 막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성명서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북핵 위기 대응, 심각한 포퓰리즘 정책을 막아달라는 보수국민층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 전체를 아우르기보다는 보수 세력의 콘크리트 지지층만을 보고 탈당을 강행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이 정작 당 지도부를 새로 뽑는 전당대회(11일)를 불과 며칠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탈당을 선언하며 당을 쪼갠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내년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적자생존 경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이합집산으로 보는 성격이 짙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퇴행적 이합집산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어떠한 명분도, 국민에 대한 신의도 없는, 양심도 없는 그저 정치적으로 나 홀로 살고 보자는 이합집산"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에 기대어 정치 생명 연장하는 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결별을 선언하며 창당한 바른정당은 다른 정당들과 달리 총선을 치르지 않은 탓에 지역적 기반이 약하고 정체성도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때문에 지방 선거에서 필패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결국 이들의 탈당은 영남 쪽에 지지층이 탄탄한 자유한국당에 의지해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정치적 셈법이 얽혀있는 것으로 보는 게 중론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 지선에서 바른정당보다는 한국당이 유리할 것으로 보는 유불리가 작용했다고 본다"면서 "보수 혁신이나 통합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승산을 보고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발맞춰 한국당은 바른정당 탈당파들이 통합의 최소한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며 복당 문을 활짝 열어놨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한국당이 이렇다 할 반성이나 쇄신 등 혁신조치 없이 단순히 박 전 대통령을 제명한 것을 기점 삼아 탈당파 의원들이 복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이 예상된다.
추미애 대표는 "출당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면서 "보수와 진보가 하나가 됐던 촛불혁명의 민심은 아직도 적폐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강렬히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적폐청산을 가로막는 세력들에게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이 투항하는 것은 보수의 통합이 아니라, 촛불민심에 역행하며 수구세력의 기사회생을 노리는 퇴행적 시도"라고 일갈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세력의 잔존세력일 뿐"이라면서 "바른정당 탈당파들이 내세우는 보수통합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보수의 강화를 의미할 뿐 국민들이 바라는 보수 혁신과는 거꾸로 가는 길"이라고 맹비판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 대변인은 "이제와 탈당한 당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면 당시 탈당 행위는 알량한 정당세탁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했던 것에 불과하다"면서 "국정농단을 벌일 수 있도록 일조한 한국당 세력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일말의 반성도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