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최순실 관련 뇌물공여 등 3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더팩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유상현 전 국민연금공단 해외대체실장을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증인신문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개입한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 투자위원회의 가결에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유 전 실장은 2015년 7월 10일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으로서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고,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알려졌다.
특검 측은 당시 국민연금공단 투자위원회의 표결과정이 불공정했다고 보고있다.
특검에 따르면 의결 당시 투자위원들은 채준규 국민연금공단 리서치팀장이 작성한 '합병시너지 효과분석'을 근거로 합병에 찬성했지만, 이 분석서는 합병시너지효과를 조작했다는 것이 특검측 입장이다.
특검은 유 전 실장에게 "투자위원회가 열리기 전 비공식 회의록에는 합병 무산시 예측되는 매출손실액 1500억원이 표기돼 있는데 공식 회의록에는 빠져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이어 "의결이 부결될 것을 우려해 일부러 투자위원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유 전 실장은 "기업가치 분석은 사회책임투자요소, 성장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손실액을 기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당시 홍완선 투자위원장(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어떠한 사유로 빠뜨렸는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특검 측은 "채 팀장이 예측한 10퍼센트의 예상매출성장률과 2조원의 합병시너지 효과가 어떤 기준으로 추산된 것이냐"고 물었다.
유 전 실장은 "민감도 분석 등을 통해 일반적인 산업계에서 예상되는 매출이익인 5~10퍼센트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2조원의 합병시너지 효과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 측은 투자위원회가 정회하고 위원들끼리 합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도 문제삼았다.
유 전 실장은 "투자위원회 정회시 위원들끼리 논의해서 합병 결정이 내려진 것이 아니냐"는 특검 측 질문에 "규정상 위배되는 것은 아니지만 위원들끼리 논의해서 찬성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투자위원끼리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합병에 대해 어떤 의견이 오갔는지는 모른다는 것이 유 전 실장의 설명이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측은 특검 측이 "의결권 표결과정에서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개입하고 합병 조사분석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내용이 지나친 비약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특검 측 주장인 홍 본부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시를 받아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위원을 설득한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 부회장 측의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해외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공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공단 입장에서도 합병 무산이 큰 손해를 볼게 불보듯 뻔한 상황이라 합병 찬성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다음 변론에서 국민연금 의결 과정의 정당성을 추가로 소명할 계획을 밝혔다.
다음 변론 기일은 21일 오전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증인으로 참석해 속행된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에게 합병에 찬성하도록 요구해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 8일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해 합병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검찰 측과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의 증인심문을 진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