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은 최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거나 취득한 후 상장되면서 주가가 오르면 그 차익을 증여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장을 예정하고 미리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증여하거나 매매한 경우 상장에 따른 이익도 증여로 과세하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최대주주로부터 증여받거나 취득하지 않고 자신의 돈으로 인수한 신주가 상장되어 발생한 이익은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상장되는 주식을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증여받거나 유상으로 취득한 경우 또는 증여받은 재산으로 취득한 경우를 그 적용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와 관련 없이 자신의 돈으로 인수한 신주에 의하여 합병에 따른 상장이익을 얻었더라도 세법에서 정한 증여재산가액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세법은 최대주주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자가 최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거나 유상으로 취득한 경우 또는 증여받은 재산으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에 그로부터 5년 이내에 그 법인이 상장됨에 따라 이익을 얻게 되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세법은 여기에 '신주'도 포함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유상증자 당시 직접 자금을 출연하여 신주를 인수한 경우에도 장래에 그 법인이 상장되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총수가 계열회사를 살리기 위하여 사재를 출연하고 신주를 인수한 뒤 장래에 회사가 상장되어 주식 가치가 상승한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하는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최대주주로부터의 증여나 양도로 취득한 주식에 기초한 무상신주나 유상신주는 모두 장래의 상장이익이 증여세 과세대상이라고 판단한 적이 있다. 대상판결은 여기서 더 나아가 증여나 양도로 취득한 주식을 전제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출연한 자금으로 신주를 인수한 경우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 절차에서 독자적으로 신주를 인수한 경우는 물론,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절차에서 최대주주가 실권한 신주를 인수한 경우도 장래의 상장이익에 대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해 과세관청은 최대주주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자에게 상장에 따른 이익을 향유하도록 경영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세법이 증여의 개념을 일반적인 증여의 의미보다 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하급심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세법에서 정한 요건에 맞지 않은 거래형태에 대하여는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과세관청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상장으로 이익을 얻었더라도 세법에서 정한 요건에 맞지 않으면 무분별하게 증여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를 명시적으로 확인하였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두55926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