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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空)약' 검증대]

군(軍) 복무 기간 단축, '포퓰리즘vs미래대비책'

  • 보도 : 2017.02.14 09:02
  • 수정 : 2017.02.14 09:02

군 복무기간 단축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대권주자들의 공약 발표도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대선 때마다 젊은 층 표심을 자극하는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은 이번에도 등장, 이를 둘러싼 논쟁이 거듭되고 있다. 여전히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지적과 줄어드는 인구를 생각하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반박이 오가고 있다.

□ 군 복무 기간 단축 공약, "올해도 납시오~" = 군 복무 단축 공약은 대선 때마다 안보 공약 단골메뉴였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식민지 지배와 한국전쟁,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젊은 남성의 군 복무는 '의무'가 됐다.

하지만 이른바 '금수저'들, 있는 집 자식들은 편법을 통해 면제를 받는 등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청문회 때마다 '금수저' 출신 고관대작 후보자들의 병역기피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 남다른 '코너링'으로 '꿀 보직' 혜택을 받아 비판을 받았다. 

군 복무를 통해 나라를 지켰다는 '영광'을 얻는 게 아니라 가장 젊은 날의 '암흑의 시간'으로 통하는 게 불편한 현실이다. 남성들이 '군대 두 번 가는 꿈'을 꾸는 것을 악몽으로 여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대선 후보들은 군 복무 기간 단축으로 젊은 층과 그들의 부모세대를 겨냥했다. 1992년 대선 당시에는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가 2개월 단축 공약을, 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8개월 단축으로 맞불을 놓았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는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가 복무 기간을 2개월씩 단축하자는 공약을 내놨으나, 총선이 끝나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백지화됐다. 1997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도 복무기간을 24개월로 줄인다는 공약을 제시했지만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동안 24개월 감축했지만 임기 말인 2007년 2월 군 복무 기간 단축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2014년 7월까지 육군·해병대는 18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투표일 전날 '임기 내 18개월 단축'을 공약했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이에 군 복무 기간 단축은 전형적인 '군(軍)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문재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은 군 복무 기간을 임기 내 18개월까지 단축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 군 복무 기간 단축 18개월~10개월, 모병제 공약까지 = 19대 대선 역시 군 포퓰리즘 논란 속에서도 복무 기간 단축을 넘어 '모병제' 논의까지 확대되고 있다. 명확하게 군 관련 공약을 내건 후보들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다.

지지율 1위의 문 전 대표는 현재 21개월인 군 복무 기간을 '18개월'까지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참여정부가 약속했던 것을 차기 정부 임기 말(2020~2021년 예상)까지 이루겠다는 목표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지난달 17일 출간된 '대한민국이 묻는다' 대담집에 군 복무 기간을 "1년 정도까지도 (단축이) 가능하다"고 해 '군복무 1년' 논란을 낳기도 했다. 포퓰리즘 논란이 커지자 문 전 대표는 "원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얘기"라면서 18개월 복무추진만 공약임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 때 24개월에서 18개월로 점차 줄이는 방안을 시행하다가 21개월이 됐을 때 이명박 정부에서 중단됐다"며 "당초 설계대로 줄여나가면 아마 다음 정부 임기 말쯤이면 18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역 자원 부족을 걱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의무경찰·의무소방관을 병역으로 다 돌리고 경찰·소방관을 정규직으로 배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달 20일 출간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저서를 통해 군 복무 기간 10개월을 제시했다. 2022년까지 감축 목표로 지정한 50만명의 현역 자원 중 징집병은 20만, 10만은 전투프로로, 나머지 20만은 장교와 부사관 등 직업군인으로 유지하는 내용이다.

의무병은 달랑 10개월만 복무토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병력 감축과 무기 첨단화에 선택적 모병제를 시행하면 큰 비용을 더 들이지 않고도 '스마트 강군(强軍)'으로의 전력 강화와 의무복무기간 단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미 2023년까지 모병제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남 지사는 "지금의 병력 수를 유지하려면 복무기간을 40개월 이상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다"면서 "2023년부터 '복무기간 3년·연봉 2400만원'의 모병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 정치권-경쟁 후보들 '군(軍) 포퓰리즘' 비난 = 주요 대선주자들이 군 복무 단축 나아가 모병제 도입까지 주장하면서 정치권 안팎에 논쟁이 커지고 있다. 정치적 목적만 있는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이 가장 세다.

국민의당은 문 전 대표의 군 복무 단축 공약이 나오자, "군 복무 단축은 대한민국 안보를 고려하지 않은 즉흥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선만 되면 후보들이 국가의 안보현실과 국방능력,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안하고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겨냥했다.

다른 대선주자들도 이들 후보들의 군 복무 공약을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경쟁자인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의 공약을 의식한 듯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사병 복무기간 단축 공약에 대해 반대 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남 지사의 모병제에 대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며 지적하자, 남 지사는 유 의원을 향해 '공개토론'할 것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은 2022년까지 군 복무기간 '10개월 단축'을 내놓았다. 병력 감축과 무기 첨단화에 선택적 모병제를 주장하고 있다.

□ "안보현실 외면한 공약" vs 軍현대화-인구절벽 고려한 '대안' = 국방부 역시 회의적인 입장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 복무기간을 현행대로 유지해도 2023년 이후 현역 입영 자원은 연평균 2만3000명 부족하다. 복무기간을 줄일수록 그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국방부는 국방개혁 방침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병력을 62만5000명에서 52만2000명으로 감축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군 복무기간을 단축시키겠다는 공약보다는 작금의 인구절벽 문제와 안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내용이 담겨야한다"고 말했다.

가천대 김문성 행정학과 교수는 "안보 관련 공약들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비용과 실행 가능성 등을 심층 분석해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득표에만 치중한 공약은 국민들이 포퓰리즘 성격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군 복무 단축이 마냥 '비현실적인' 뜬구름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대안'이라는 반박도 만만찮다. 군 현대화와 인구절벽으로 인해 병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군 복무 단축은 갈수록 고도화되는 국방력의 영향으로 꾸준히 진행됐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당시 30개월이었던 것을 26개월(육군 기준)로 단축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24개월, 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 지금의 21개월로 줄였다.

문 전 대표가 내놓은 2020년까지 18개월 단축이 현실화될 경우, 군복무단축은 9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앞서 단축되어왔던 기간을 고려할 때 짧은 기간은 아니다. 26개월(1993)에서 24개월이 되기까지 10년이 걸렸고, 다시 21개월이 되기까지 8년 가까이 걸렸다.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 내 한반도안보성장 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연세대 최종건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인구절벽' 때문에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극우 대통령이 등장해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금 우리 군의 가장 큰 문제는 외부적으론 북핵이지만 내부적으론 인구절벽이다. 군 제도를 유지할 인구가 부족하다"며 "또 시간이 지날수록 군은 첨단화되기에 병력은 지금만큼 필요치 않다. 세 번째로 18개월 단축을 대통령 되자마자 하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 역시 13일 공군 제3방공유도탄여단 예하 제8630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현대전은 사병 숫자가 아니라 무기의 첨단화와 그 첨단화된 무기체계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훈련된 병사가 좌우한다"면서 "첨단 무기를 운용하는 정예전투 요원 10만명을 모병한다면, 현역군인 63만명을 50만명으로 줄이는 정부계획을 고려할 때 징집병은 20만명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군 복무기간 축소와 모병제 공약의 논란에 대해 "현대전은 군인 숫자로 하는 게 아니다"며 "현재 국가가 계획하고 있는 감군 목표치 50만 중에서, 10만명을 모병해 전문 전투병으로 양성하되 월급은 충분히 (연봉으로) 3000만원 정도를 지급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10만명의 직장, 청년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거다. 군은 군대로 전투력이 올라간다"며 "여기 마지막 장애 요소로는 군 간부의 '별'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인데, 그건 결국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모병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시행 중인 유급지병원만 봐도 목표인원에 부족한 상황이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예산도 적지 않게 투입된다는 게 중론이다. 아울러 모병제를 통해 사회기득권층이 병역의무를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를 확보시켜줬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돈 없는 하위 계층 자녀들만 군에 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남경필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023년부터 '복무기간 3년·연봉 2400만원'의 모병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남 지사는 앞서 "모병제 추진을 위해서는 약 6조9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법인세 비과세 감면 축소분(5년간 16.5조원)으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며 "중산층도 가고 싶어 하는 군대로 만들면 된다"고 반박했다. 

대선후보들의 군 복무 기간 단축이나 모병제 공약에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병력 감축에 따른 불안요소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지가 핵심이다.

군 현대화 추진방법, 군 개혁방안, 남북관계 등 수북이 쌓인 과제들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인구도 점점 줄어들고 군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군 복무 단축이 마냥 비현실적인 공약은 아니다. 모두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거 아니냐"며 "하지만 여전히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병역논란과 복무단축으로 인한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대안 역시 탄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후보들이 관련 공약을 다 내놓고 토론을 해야 하는데 공약을 내놓지 않은 후보들은 대안제시는커녕 비난하기 바쁜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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