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 최순실씨.
◈ 與, 朴 대통령 최순실 비선 인정 '충격', '특검'도입 결정…분열 조짐도
'최순실 게이트'가 대통령 기록물 유출에 이어 국가 기밀 사안까지 유출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 분위기는 '충격' 그 자체다.
집권 3년8개월 동안 대통령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25일)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미리 보고 수정까지 한 보도를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사과에도 '대통령 탄핵'과 '하야(下野)'라는 단어가 국민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회자되고 있는 상황에서 계파 간 이견으로 단일대오가 어려운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야당이 촉구해온 특별검사 도입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또한 청와대 비서진 및 내각 총사퇴와 최순실씨 등 관련자 소환 등을 촉구했다.
하지만 고강도 쇄신책과 관련해 이견이 엇갈려 계파 갈등 양상을 띠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들은 대통령께서 청와대와 정부 내각의 대폭적인 인적 쇄신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고 청와대 비서진 및 내각 총사퇴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이번 사태와 직간접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교체를 해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며 "인적쇄신에 있어서는 어떤 것에도 연연해서는 안 되고, 과감하게 추진해줄 것과 지체 없이 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특히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독일로 도피한 최순실씨의 소환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농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지도부로서는 처음으로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정 원내대표는 "최순실을 반드시 국내로 송환해 국민이 보는 앞에서 검찰의 포토라인에 세우겠다"며 청와대와 사정당국을 향해 "최 씨 일가와 그 일가의 국내 송환을 지시해 달라"고 압박했다.
그는 "원내 제2당으로 전락했을 때보다도 큰 쓰나미가 우리 앞에 몰려왔다"고 '최순실 게이트'로 받은 충격을 나타냈다.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체를 파악하고 관련자들을 전원 의법조치하기위한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국민들은 우 수석이 지휘하는 검찰수사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우 수석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예방하지 못한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에 대한 전면적인 인적 쇄신도 요구한다"고 청와대 비서진 및 내각 총사퇴를 압박했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 우리 당은 영문도 모른 채 아픈 돌팔매를 정면으로 맞았다"며 박 대통령과 선을 그으려고 했다.
그러나 비박계는 나아가 박 대통령의 탈당과 이정현 지도부 총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지도부 사퇴를 일축하고 있어 계파갈등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탈당을 가장 처음 언급한 김용태 의원은 박 대통령 사과에 대해 "모두 거짓말로 일관했다"며 거듭 대통령의 당적정리를 주문하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국정감사에서 최순실씨 관련 증인 채택을 극구 막아왔던 당 지도부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며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정현 대표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여권 대선 잠룡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누리당은 하루라도 빨리 비대위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며 이정현 지도부 사퇴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지도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공동책임으로 당안팎에서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 오른쪽부터 강석호, 조원진 최고위원,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이장호, 최연혜, 유창수 최고위원. 김무성계 강석호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친박계 혹은 친박 강경파로 분류되고 있다. (사진 새누리당)
◈ 野 "새누리당도 공동책임자, '이정현 지도부' 사퇴하라"
야당 역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새누리당 이정현 지도부의 책임을 물으며 여당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최순실 게이트 편파기소 대책특별위원회' 2차 회의 인사말에서 이 대표를 겨냥 "여태까지 대통령의 철저한 방패노릇을 해온 이정현 대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최순실 게이트 공동책임자임을 지적했다.
이어 "철저히 국정감사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을 것"이라며 "초기 단식 쇼를 통해서 국정감사를 못하게 훼방 놓고 이제 와서 호들갑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 여당이 진심이라면 두 모녀의 여권효력정지를 통해서 조속히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사퇴요구를 일축한 이 대표를 겨냥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씨의 복심이었나"라고 꼬집었다.
손 대변인은 "이정현 대표는 현 정부 정무-홍보 수석을 지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한 것은 물론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왔다"며 "그런 이정현 대표가 최순실씨를 몰랐을 리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몰랐을 리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정현 대표가 진정 충심으로 대통령을 모신다고 했으면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휘둘리는 꼴을 용납해서도 안 되고 바른 말로 대통령을 이끌었어야 했다"며 최순실 게이트 공동책임자임을 강조했다.
이어 "집권여당의 대표가 된 이후에도 청와대 홍보수석마냥 활동하고, 여당 대표임에도 무리하게 단식투쟁을 하면서 일주일이나 국감을 지연시킨 이정현 대표는 공당 대표로서의 자격도, 대통령의 충신임을 자랑할 자격도 없다"고 힐난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에서 "새누리당이야말로 국기문란의 또 다른 방조자"라고 일갈했다.
한 대변인은 "얼마 전까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대한 야당과 국민들의 진상규명 요구를 국정 흔들기, 정치공세라고 핏대 세웠던 당사자가 바로 새누리당"이라며 "최순실, 우병우를 비호하기 위해 국감을 파행으로 이끌었던 새누리당의 모습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또한 2014년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서 드러난 소위 문고리 3인방의 국정농단 의혹과 2007년 이후 줄곧 회자됐던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은밀한 관계에 대해 친박 실세들이 어떻게 반응해왔는지를 모두가 알고 있다"며 "따라서 새누리당 특히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친박 실세들은 어떤 변명으로도 이번 국기문란,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한 대변인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새누리당은 모든 책임을 청와대로 돌리려는 행태를 보이지 말고, 집권당으로서 어떤 책임을 질지 답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