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朴대통령도 조사대상"…최순실-차은택 소환 압박

與, 오후 의총서 '후속 조치' 논의 예정

야당은 26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연설문 수정 의혹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에 대해 성토하며 특별검사 도입과 최순실-차은택 소환 조사 등을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낮의 대통령은 박근혜, 밤의 대통령은 최순실이었다"고 말했다“고 일갈했다.

추 대표는 "최씨가 박 대통령이 시인한 연설문뿐 아니라 인사·국가안보·경제에 이르기까지 국정 전반에 걸쳐 임기 내내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을 통해 한 명의 대통령을 뽑았는데 사실상 두 명의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사과랍시고 했지만, 국민은 분노를 넘어 절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추 대표는 "최씨가 매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보고 자료를 전달받고 대통령에게 이래라저래라 시키는 구조란 증언도 나왔고, 심지어 비밀모임인 '팔선녀'를 이용해 막후에서 국정개입은 물론 재계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엽기적인 보도마저 나오고 있다"며 "어디까지 국정을 뒤흔들고 헌정 질서를 파괴했는지 전무후무한 의혹 덩어리가 드러날 때마다 국민은 패닉 상태가 되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 "국기 문란을 넘어 국정운영 시스템을 붕괴시킨 이 참사는 박 대통령이 불러일으킨 인재임에도 대통령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 못 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90초 사과엔 국가 주요 기밀이 무엇인지, 정보유출의 위험성은 없는지, 공사 구분조차 못하는 것인지 정말 부끄럼이나 죄의식조차 느끼는지 의문"이라고 맹비난했다

추 대표는 "박 대통령은 하루속히 해외에 나가 있는 최 씨를 불러들여 철저히 조사받게 해야 하고, 최 씨를 비호하던 세력이나 청와대 시스템에 개입할 수 있게 도와준 인사 모두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우병우 민정수석을 포함해 비선실세와 연결돼 국정을 좌지우지 농단한 청와대 참모진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 전모를 특검을 통해 낱낱이 밝히고 그 진상에 따라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의혹이 커지고 방치할수록 그 끝은 대통령을 향하게 된다. 박 대통령의 통렬한 반성과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특검도입을 거듭 내세웠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해외도피 중인 최순실씨와 차은택씨를 겨냥 "최순실씨는 독일, 차은택씨는 중국에 있고 대략 어디에 있는지 안다"며 "야당도 아는데 검찰이 모른다고 할 수 있느냐. 특히 최 씨의 신병은 국정원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반드시 협조하라"고 압박했다.

우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농단이 대통령 입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며 "국민들은 '비선실세가 해외 장기 체류 중이어서 국정이 마비되고 있다', '대통령 사과문은 최 씨의 수정을 거치지 않은 초본'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문제를 반드시 조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박 대통령도 조사 대상이다. 소추는 할 수 없지만 조사는 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 조사를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최순실 대통령, 박근혜 부통령이라는 말까지 시중에 나오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모든 것을 자백하고 국정을 전면 쇄신할 수 있는 혁명적 대책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 국민은 지금까지 최순실 정권에서 살았다"며 "(박 대통령은) 첫걸음으로 오늘 당장 우병우, 문고리 권력 3인방을 해임하고, 거듭 솔직한 참회와 자백을 하라고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최 씨가 연설문으로 대통령 머리를 지배하고 의상과 각종 소품으로 대통령 외양까지 점령한 모습을 보며 최 씨가 대통령인지 대통령이 최 씨인지 혼란스럽다"며 "미르·K스포츠재단도 연결시키면 '미륵'이라고 한다. 그 미륵은 최 씨 선친 최태민 목사가 스스로를 이르던 말"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어제 인터넷 검색어 1위는 탄핵이었고 모 일간지는 공교롭게도 '오늘의 한자'로 하야(下野)를 소개했다. 이게 지금 국민의 솔직한 여론"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박 대통령을 향해 "탈당, 관련자 법적 조치, 모든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해야 한다. 대통령이 헌법부터 시작해 모든 정해진 법규 (집행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 대통령도 대한민국도 이대로 무너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4년 10월 리스트를 갖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만대할만한 문화체육관광부 실·국장 6명을 면직시켜 사전 정지작업을 한 의혹이 드러났다" 등 관련 의혹을 일일이 거론,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면 우리는 국정조사,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특검을 거듭 압박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는 더 이상 국정을 총괄할 자격이 없다"며 황 총리 사퇴와 청와대 참모진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김 의장은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정감사에서 최 씨의 연설문 수정이 있냐는 말에 '봉건시대'냐고 반문했다. 최 씨 실상을 알고도 그렇게 답변했다면 위증이고, 몰랐다면 허세다"고 비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최순실 게이트' 파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박 대통령이 최 씨가 연설문을 수정한 것을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비판 여론이 더욱 비등해지고 있어 이날 의총에서 '후속 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특검 수사와 국정조사, 청와대 비서진 개편 등 야권이 주장하는 것을 수용해야한다는 주장이 거듭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