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제주의 산산한 가을바람은 사람들을 오름으로 유혹한다.
여름 내 지친 몸을 쉬게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제주의 숲길과 오름이다. 가을의 향기는 숲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도 묻어나는 것 같다.
◆…치유의 숲길 안내표지판
제주도 산록남길에 위치한 서귀포 치유의 숲길은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다.
1100도로를 넘어 산록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다시 돈내코 방면으로 가다보면 치유의 숲 입구가 나온다.
이곳까지는 대중교통 수단이 불편하기 때문에 개인 차량으로 이동하는 편이 좋다.
◆…방문자 센터
입구에서 조금만 가면 주차장과 방문자 센터가 나온다.
이곳은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 곳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쓰레기 문제도 있고 치유의 목적이 있는 곳이라 만들어진 방침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는 매점이 없다.
◆…치유의 숲 광장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하지만 치유의 숲에서 시오름까지 올라갔다 다시 호근동 추억의 산책로까지 걸으려면 적어도 4시간은 소요되므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탐방객들에게 설명을 해 주는 마을사람
이 숲길은 호근동 마을자치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방문자 센터에는 마을 사람들이 나와 해설도 직접 해주고 있다.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정이 뚝뚝 묻어난다.
올해까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입장료를 내야 한다.
◆…편백나무로 만들어진 표지판
치유의 숲길은 진입로와 기존 등산로를 빼고도 9개의 길이 있다.
이곳은 숲길 외에도 힐링센터와 요가교실 치유광장 등 다양한 시설을 자랑한다.
◆…손으로 물을 받아 마실 수 있게 만든 편백나무 샘
치유의 숲길을 걷다 기존 등산로 길로 들어서면 돌담으로 연결된 잣성을 따라 걷고 또 다시 삼나무 숲길을 지나면 시오름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시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시오름에서 바라보이는 한라산 정상은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해 보인다.
◆…편백나무로 만든 시오름 정상 표지판
제주도의 많은 숲길이 오름과 연결되어있어 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내려오면 다시 숲길에서 그 피로가 달아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치유의 숲길은 몸과 마음을 쉬게 하려고 만들어 놓은 듯하다.
◆…시오름을 오르는 길 표지판
완만하게 오를 수 있는 높이와 다시 내려오는 길은 옛 산책로를 따라 한라산 둘레길까지 원하는 만큼 걸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오후 2시 이후는 시오름이나 추억의 산책로를 오를 수 없다고 한다.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서 시오름까지 오른 후 점심을 먹고 내려와 치유의 숲에서 흐르는 한라산 암반수에 발을 담그고 쉬어 가도 좋을 것 같다.
◆…편백나무 숲길
아니면 편백나무 의자에 앉아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숲길 이름도 제주어로 지어 그 뜻을 알게 되는 것도 재미있다.
자연 그대로 만들어진 길이 많아 돌길도 걷고, 오랜 세월 쌓인 낙엽으로 폭신한 카페트가 되어버린 길도 걸을 수 있다.
◆…한라산 둘레길
시오름에서 한라산 둘레길로 들어서 다시 추억의 숲길을 걷다보면 사람이 살았던 흔적과 4.3의 아픈 흔적도 만날 수 있다. 옛 선조들의 삶의 흔적이 그대로 숨 쉬는 곳이다.
숲길을 걷다보면 아름다움에 놀라고 작은 생명체의 신비감을 알게 되고 또 지나간 역사에 숙연해지는 마음도 버릴 수 없는 선물이다.
옛길은 추억과 역사가 함께 묻어 있는 것 같아 더욱 아름답다.
걷고 또 걸어서 어디로 가려는 걸까? 결국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이 여행이다.
삶이 그렇다.
삶은 우리에게 꽤 긴 여정인데 쉬지 않고 걸어서 그 끝에 다가갔을 때 처음으로 돌아왔다는 걸 알게 된다.
다리가 아프고 힘들 때도 있고 비, 눈이 내릴 때도 잠시 쉬어가야 할 때가 있음을 여행에서 느끼듯 삶의 긴 여정 중에 여행은 쉬어가는 시간인 것 같다. 다만 마음이 풍요로울 수 있는 휴식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