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은 본래의 증여가 아닌 경우에도 어떠한 거래에 증여의 요소가 있으면 이를 증여로 보아 과세한다. 증여로 볼 수 있는 것으로는 재산의 저가취득, 고가 양도, 채무의 면제, 부동산 또는 금전의 무상사용 등이 있다. 이처럼 거래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증여로 보아 증여세가 과세된다.
그러나 세법은 위와 같은 방식의 증여가 이뤄졌더라도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는 수증자는 증여세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도록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현실적인 증여가 아니라서 무자력인 경우에까지 과세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취지의 이례적인 조항이다.
이러한 증여의 경우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시점은 언제인지 문제가 된다. 증여세 납세의무 성립시점인가 혹은 부과시점인가?
대법원은 이에 관하여 증여세 납세의무에 관한 요건이 충족되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증여세 납세의무 성립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최근 판결했다. 부과처분 시점을 기준으로 증여세 납부 능력을 판단하게 되면 납세의무의 부담여부가 과세관청의 임의에 따라 좌우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따라서 수증자가 저가양수 등의 방식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평가되는 경우 증여세 납부 능력은 증여세 납세의무의 성립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에서 A는 특수관계 없는 자로부터 주식을 시가의 2%에도 못 미치는 액면가액으로 양수하였다. 과세관청은 A가 위 주식을 저가 양수함으로써 시가와의 차액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보아 증여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이에 A는 부과처분 당시에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었다며 과세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제1심과 제2심 법원은 수증자의 증여세 납부능력은 과세관청의 부과처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고 A의 손을 들어주었다. 저가 양수 등의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은 자가 이미 자력을 상실하여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게 된 후 예상하지 못한 과다한 증여세를 부담하게 되면 생계가 곤란해진다는 점을 주목하였기 때문이다.
반면 대법원은 증여세 납세의무에 대한 일반원칙과 증여세 납부능력 판단 시 과세관청의 자의성 개입가능성을 주목하여 수증자의 증여세 납부 능력은 증여세 납세의무의 성립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 판결은 법문상 명백히 규정되지 않았던 수증자의 증여세 납부능력 판단시점이 언제인지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반길만하다.
다만, 저가양수 등의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수증자가 즉시 그 증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예컨대 주식을 저가로 양수하였다고 하여 매번 시가에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채무면제를 받았다고 하여도 채무면제 그 자체를 현금화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점에서 대법원이 일반원칙을 고수한 판결이 일응 타당하여도 세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입법론적으로는 무자력 판단시점은 증여세 부과처분 시가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수증자로서는 생계가 곤란한 시점에는 증여세 부과처분을 유예받을 수 있어 무자력일 때 증여세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가혹한 상황을 면할 수 있고, 과세관청에서도 운용의 묘를 발휘하여 적절한 시점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2016.7.14.선고 2014두43516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