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 신분으로 26일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둔 시점, 당사자인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부회장이 26일 오전 7시경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한 산책로에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마침 산책을 하던 인근 주민의 신고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장 주변에는 이 부회장의 차량이 있었으며 차 안에서 이 부회장이 작성한 A4용지 4매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으며 유서에는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 부회장의 자살 소식에 대해 검찰은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빈다"면서 "수사 일정 재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10일 롯데 정책본부 등에 대한 전면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의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는 2달을 훌쩍 넘길 때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18일 롯데케미칼 허수영 사장과 지난달 19일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후 롯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혐의에 대해 단서를 잡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25일 황각규 운영실장을 정책본부 차원에서 발생한 계열사 부당 지원 등 배임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고, 이어 26일 이인원 정책본부장을 소환 조사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롯데수사가 7부 능선을 넘었다"는 말로 수사에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다.
검찰은 이인원 부회장의 소환에 이어 신격호 그룹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이르면 다음 주에 조사하기로 하고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의 롯데그룹 오너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을 앞두고 발생한 이 부회장의 자살로 검찰의 수사는 다시 한 번 동력을 잃고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