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근혜 대통령(사진 청와대)
靑, 레임덕 차단위한 강경대응에 與도 "국민 목소리 들어라"
野, 우병우가 검증한 장관 내정자들 '송곳검증' 벼르기
청와대의 '마이 웨이'가 정국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청와대는 비리의혹으로 자진사퇴 압박을 받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감싸기'하는 것에 이어 과거 음주운전 사고를 치고도 경찰 신분을 숨겨 내부 징계를 모면한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동극 인사혁신처장과 이철성 경찰청장 등 차관급 인사 8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에도 법과 질서를 세울 경찰 조직의 수장이 '범법자'인 현실을 만들었다. 또한 야권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자진 사퇴' 압박을 받았던 우 수석은 현직에 있으면서 검찰수사를 받게 됐다. 사상 초유의 현직 민정수석을 수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특히 우 수석 의혹 문제는 한 달 넘게 논란을 거듭하면서 국정이 마비되고 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로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렸지만 특별수사팀장에 우 수석 사법연수원 동기를 임명해 수사의 독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또한 우 수석이 현직에서 자신의 수사 내용을 보고받을 가능성도 높아 검찰 내부와 정치권에서는 '자신이 자신을 수사하는 격', '일반병이 장군을 수사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靑 우병우 감싸기=레임덕 차단"…與 파열음= 청와대의 '우병우 감싸기'는 앞으로 1년 6개월여 남은 임기동안 레임덕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지로 평가되고 있다. 우 수석 사퇴 요구를 '정권 흔들기'로 규정하며 우 수석의 의혹을 보도하는 언론사를 '부패 기득권'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레임덕에 대한 강경 대응이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도 강성 친박계들을 제외하고 대다수는 우 수석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와 국민적 비판이 비등한 상황에서 야권과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 9일 '이정현 지도부'가 출범했지만 우 수석 사태로 다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계정에 두 번이나 우 수석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고, 비박계 뿐 아니라 친박 내부에서도 자진 사퇴와 함께 당 지도부의 '침묵'을 지적하고 있다.
한 TK(대구-경북) 의원은 이날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답답한 상황"이라며 "우병우 수석 수사까지 들어가는데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얼마나 웃긴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심재철 국회 부의장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을 지휘하는 민정수석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는 건 아무래도 어색하다"며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수도권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호남에 가서 민심을 듣는 것 좋은 행보지만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현안에 대해 용기 있고 정의로운 말씀을 드리는 데 조금 더 당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이정현 "바람처럼 여론 전달" vs 김성태 "바람같이 일하는 분 아니다" = 이 같은 당내 지적에 이 대표는 "벼가 익고, 과일이 익는 것은 해, 구름, 비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람도 작용을 한다"며 자신이 '바람'의 역할임을 표현했다. 물밑에서 여론을 전달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바람'처럼 보이지 않게 여론을 전달하고 있음에도 청와대는 우 수석에 대한 입장이 변함이 없다.
이에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말씀하시기 좋아하는 분이 왜 침묵으로 일관하느냐"며 "이 대표는 바람같이 일하시는 분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 野 '장관청문회=우병우 검증 청문회' 압박 = 더민주 등 야권은 '우병우 지키기'를 고수하는 청와대에 대항해 개각 인사청문회를 '우병우 검증 청문회'로 초점을 맞출 태세다.
이미 음주운전 사고 논란에도 임명을 강행한 이 경찰청장 등 개각 인사들이 사전에 우 수석의 인사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인사 논란이 가중될수록 우 수석의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민주 등 야권은 거듭 이 청장과 우 수석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 등 3개 부처 장관에 대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더민주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재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3년8개월 동안 18억3000만원을 소비한 데 대해 의문을 품었다. 매해 5억원 가량 지출한 것인데 신고내역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93평(307.4㎡) 아파트에 7년간 계약 갱신 없이 1억9000만원에 거주하고 있다며 '호화 전세'를 문제 삼았다. 또 김 후보자가 해운관련 업체로부터 부동산 특혜를 받은 의혹도 나왔다.
이에 우상호 원내대표는 "93평 아파트를 1억9000만원 전세금에 7년간 변동 없이 사는 게 과연 우리 서민들이 용인할 수 있는 문제인가"라면서 "또 1년간 생활비가 5억 원이었다는데 이게 과연 가능한가. 돈을 뿌리고 살아도 5억 원은 다 못쓸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이런 분들만 골라서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는지 진짜 민정수석에게 묻고 싶다"며 우 수석을 겨냥했다.
한편 조 후보자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각각 오는 31일과 내달 1일에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