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제마진 6개월만에 10달러에서 4달러대로 급락
정유사 "원가 및 생산 효율화 성과로 역대 최고 이익 실현"
지난 상반기 정유사들의 이익에 큰 영향을 주는 국제 정제마진이 배럴당 10달러에서 4달러로 급격히 줄었는데도 국내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내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는 모두 올 상반기에 사상최대의 이익을 내면서도 한편으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올초부터 시작된 싱가포르 정제마진의 하락세가 상반기 내내 계속돼 또 다시 2014년의 대규모 적자사태가 나는 것은 아닌가 노심초사했기때문이다.
■ 싱가포르 정제마진 추이 (단위:$/bl)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올1월 1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3월에 6달러대로 줄어들더니 4,5월에는 5달러대로 반토막이 났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져 6월 들어서는 4달러대로 떨어져 불과 6개월 새 정제마진이 절반이하로 주저앉아 버렸다.
정유업계는 바짝 긴장하며 회사마다 대책마련에 절치부심했다. 연초 각 회사의 신년사와 3월 주총에서 대표이사 인사말을 보면 비장함마저 느껴졌었다.
정유사들은 지난 1분기에도 업계의 우려와 달리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국제정제마진의 계속되는 하락세를 보며 향후 실적악화를 걱정했다.
업계의 이런 우려는 정유4사의 매출과 이익이 예외없이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즉 수익구조가 각 회사의 영업, 생산, 관리력 보다는 외부환경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유4사 최근 3년 분기 영업실적 추이
하지만 이런 정유사들의 영업실적 추세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 실적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상반기 회사들의 이익에 큰 영항을 끼치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절반 이하로 꾸준히 하락했는데도 정유사4사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이전 보다 더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 사업다각화, 생산성 향상, 수입처 다변화, 판매망 확대 결실
정유4사는 이와 관련 수년 전부터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결실이라고 설명한다.
■ 두바이 유가 월별 추이 (단위 : $/bl)
SK이노베이션의 이번 2분기 영업이익은 1조1195억원으로 이 가운데 화학사업 부문의 영업이익 3027억원과 윤활유사업의 이익 1329억원 등 정유사업이 아닌 다른 사업의 이익 4500억원이 포함돼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유가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추진해 온 화학 및 윤활유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본격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기 시작했다"며 "화학시장의 호조세와 중국 등에 적용한 글로벌 파트너링 투자가 맞물려 화학사업에서 사상 최고의 분기이익을 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원유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제품 판매망을 확대해 정제마진 하락 영향을 희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직접 원유 조광권을 매입하는 등 수입선을 다변화해 이전보다 싸게 원유를 들여 올 수 있었다"며 "수입선 외에도 동구, 동남아 등 판매망 다각화를 통해 정제마진 하락에도 불구 정유사업의 이익을 전분기보다 473%나 증가시킬 수 있었다"고 시장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향상 성과를 설명했다.
S-OIL은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공정개선을 통한 원가와 생산성 향상 노력이 결실을 얻고 있다고 설명한다.
S-OIL 관계자는 "2015년부터 '슈퍼 프로젝트'라고 이름붙인 단계적 공정개조 작업으로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 프로젝트 완료에 앞서 올해에 이미 영업이익률을 15%로 끌어 올려 타사의 11~12% 이익률보다 높은 수익구조가 만들어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제마진 하락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8%나 증가했는데 주요 이유로 오랫동안 추진해 오고 있는 고도화 시설을 얘기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고도화시설은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잔사유로 휘발유를 뽑아내는 시설이라 배럴당 10달러 싼 벙커씨유를 원료로 10달러 비싼 휘발유를 생산할 수 있다"며 "현재 고도화율이 39%로 업계 최고인데 2018년까지 46%로 끌어 올려 정유부문에서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사들이 그동안 벌여온 수익과 생산성 향상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정유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익증가의 30~50%는 유가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유가약세로 세계 석유소비물량도 증가했으며, 화학제품과 윤활기유의 스프레드 향상 등 외부환경변화에 힘입은 비중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가 변동과 정제마진에 강해지고 경영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사업 및 시장 다각화, 관리 및 생산성 강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