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고위 임원, 빅4 회계법인에 재취업…4년간 454억 일감 몰아줘
비리 혐의로 구속됐던 전 농협중앙회 회장들이 계열사 고문으로 위촉되는 등 농협중앙회와 계열사에서 퇴직한 고위 임원들이 농협 계열사와 전담 회계법인에 재취업해 고액 연봉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우남 위원장은 6일 농협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농협 고위 임원들이 퇴직 후 계열사 및 전담 회계법인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많게는 1억원 이상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남 위원장에 따르면 금품수수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농협중앙회 한호선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고문으로 위촉됐다. 횡령과 업무상 배임 및 농협법 위반으로 구속된 원철희 전 회장도 지난 2월 농협유통의 고문으로 위촉된 바 있다.
이밖에도 신충식 전 농협은행장은 농협금융 계열사인 NH투자증권 고문, 이태재 NH-CA자산운용 전 대표이사는 농협은행 펀드가 지분 전체를 소유하고 있는 동양매직 고문으로 재취업했다.
이들은 매달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고문료를 챙기고 있다.
아울러 농협의 회계감사 등을 전담하고 있는 빅4 회계법인에도 농협중앙회 출신 고위 임원들이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정공식 전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은 안진회계법인 상임고문, 이정복 전 전무이사는 삼일경영연구원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덕수 전 농업경제대표이사는 삼정회계법인 고문, 김수공 전 농업경제대표이사는 한영회계법인 고문으로 각각 위촉됐다.
농협은 2012년부터 지난 8월까지 이들이 고문으로 있는 4대 회계법인에 총 205건 454억원에 달하는 회계감사와 컨설팅 등의 계약을 몰아주고 있었다.
김우남 위원장은 "비리로 구속된 전 회장까지 고문으로 앉히는 이러한 무분별한 자회사 고문 위촉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제 식구 챙기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 역시 농협의 전 대표이사가 회계법인에 재취업하면서 농협 직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등 사업 추진 시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명희 의원은 "회계법인에서 농협의 대표이사급을 거액을 주고 영입한 것은 누가 봐도 회계법인이 농협에 로비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표이사급 이상은 퇴직 이후에 농협을 상대로 사업이득을 취하는 회사에 재취업을 금지하는 농협 내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