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PS 환경하에서의 외국인투자 증대를 위한 조세정책 방향

최근 G20와 OECD주요국가들은 자국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고 국제적 과세형평을 도모하기 위해 ‘국제적 세원잠식과 과세소득이전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BEPS) 방지’를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OECD는 다국적 기업들의 국제적 조세회피로 인한 이중비과세를 제거하기 위해 15개 항목의BEPS 실천계획을 수립하여 그 중 일부는 작년에 대안을 제시한 바 있고 금년 말까지는 나머지 항목들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ㆍ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국제조세의 큰 틀이 변화하고 있는 조세환경하에서 우리나라 과세당국도 대내적으로는 매년 거듭되는 대규모 세수손실 폭을 축소시키면서 대외적으로는 국제적 공조에 부응한다는 명분으로 OECD주도의 BEPS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빠르면 금년부터 세법 및 조세조약의 개정뿐 아니라 BEPS 방지를 위한 다자간 협약체결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우리나라는 그 동안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의 지속적인 촉진을 위해 최고 7년간 조세감면을 허용하는 등 OECD국가들 가운데서는 상당히 우대적인 조세감면 제도를 오랬동안 유지해 왔다. 또한 우리나라는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환율이 급등하고 외국인투자가가 급속도로 위축되는 현상을 경험했을 뿐 아니라 이러한 현상은 향후에도 반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추진정책은 우리나라에서 향후에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경제정책방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일응 상충되어 보이는 정책목표들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어떠한 정책조합(policy mix)을 선택해야 하는 지가 주요 당면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최근 OECD가 추진하는 BEPS Project의 내용, 주요 외국의 최근 국제조세 추진 정책 동향 및 다국적기업들이 현지 과세당국에 대해 바라는 정책방향 등을 종합하여 이를 토대로 2015년 우리나라의 국제조세 관련 세법개정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보고자 한다.     

외국인투자관련 조세감면 규모 축소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 (road map)제시

지속적인 대규모 세수결손 폭을 줄이기 위해 각 방면에서 조세감면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서 현행 최대 7년까지 허용하는 외국인 투자 관련 조세감면 기간을 5년 내지 3년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과 함께 현재 영구적 감면 체제로 되어 있는 외국인투자 관련 조세감면제도를 일정기간 경과 후 그 유지 타당성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3년 시한의 일몰조항 설정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주요 외국인투자가들의 상당수가 미국기업 또는 일본기업들이고 이들 국가와 체결한 조세조약에는 간주외국납부세액 공제제도를 두고 있지 않음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은 우리나라에서 설령 세금을 감면 받는다고 해도 그러한 감면세금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에서 우리나라에서 납부한 세금으로 취급해주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이들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 감면받은 세금을 본국인 미국이나 일본에서 그대로 납부하게 된다. 결국 우리나라의 조세감면 정책은 이들 기업들에게는 그다지 큰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기획재정부는 외국인투자에 대한 조세감면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정책방향을 이미 수년전에 설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아직까지 마련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은 정책의 일관성 부재는 일반 납세자들에게 대해서는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인의 투자의사 결정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금년 중에는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국제조세 분쟁 해결 절차의 일환으로 중재(arbitration) 제도 도입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최고 22%이므로 주요 외국에 비해 세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보는 것이 다국적기업들의 일반적인 인식인 점을 감안하면, 앞서 언급한 조세감면 정책보다는 외국인 투자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대폭 축소해주는 정책이 외국인투자가에게는 더 중요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OECD가 이미 2010년 ‘OECD 모델 조세조약’ 개정시 상호합의절차(Mutual Agreement Procedure) 조항에 포함시킨 중재(arbitration)제도를 향후 조세조약 체결 및 개정시 적극 수용하는 방향으로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기초작업으로서 금년도에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조세분쟁해결 제도의 하나로서 중재제도에 대한 국내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동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그 집행을 위한 세부내용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OECD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BEPS Action Plan 15개는 대부분 다국적기업의 국제적 이중비과세 현상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계획이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납세자인 다국적기업 입장에서 보면 동일한 국제거래에 대하여 적어도 현재보다는 세부담 또는 납세협력비용(tax compliance costs)가 증가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중과세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세무환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향후에 예상되는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OECD는 BEPS Action Plan 14 (Make Dispute Resolution Mechanisms More Effective)을 제안하여 현재 조세조약상 상호합의 절차(Mutual Agreement Procedure)가 가지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해결방안 중 핵심적인 제안 내용이 바로 강제적 중재제도의 도입인데, 이는 어느 특정 사건에 대해 분쟁 당사국들이 조세조약상의 상호합의 절차를 진행하기 시작한 후 2년내에 분쟁이 타결이 되지 않는다면 그 사건은 자동적으로 중재(arbitration)에 회부되도록 하여 국제적 조세분쟁이 조속히 타결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정부는 국제조세 분야에서 중재제도 도입에 소극적이어서 실제 조세조약 체결이나 개정시 OECD 모델조세조약의 중재규정을 수용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OECD 주요국가들도 과거에는 중재제도 도입에 소극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 뿐 아니라 해외에 투자하는 자국기업의 보호를 위해 중재제도를 적극 수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조세조약 체결 또는 개정협상시 상대국에게도 동 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도 이제는 중재제도 도입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세법해석 사전답변 제도의 개선

국제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이를 시행하는 외국인투자가의 입장에서는 당초 예상치 않은 과세문제가 발생하여 예상투자 수익율에 중대한 변경을 초래하는 상황을 극도로 우려하기 때문에 국세청이 2008년 “세법해석 사전답변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을당시 우리나라 투자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막상 발표된 제도내용과 그 운용 상황에 대해서는 크게 실망을 하게 되었는 데, 그 주된 이유는 외국인 투자가의 주된 관심사인 ‘고정사업장 판정 문제’와 ‘원천징수시 조세조약상의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는 국내원천 소득의 실질소유자(또는 수익적 소유자) 판정에 관한 사항’들을 국세청이 세법해석 사전답변제도의 적용대상에서 처음부터 제외를 하였기 때문인데, 그 제외 사유를 보면 이들 문제가 법령해석 사항이라기 보다는 사실판단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동 제도가 국내세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고 단지 국세청장 훈령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그 법적 안정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주요 불만요인과 관심사항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비록 조세감면 규모는 단계적으로 축소시켜 나간다고 해도 한편으로 세법해석사전답변 제도를 국세기본법등에 명시적으로 포함시켜 법령화하고 동 제도의 적용대상에 고정사업장 판정 문제와 조세조약 혜택적용 여부의 전제조건인 국내원천 소득의 실질소유자(또는 수익적 소유자) 판정을 포함하도록 규정한다면 외국인 투자가들 사이에 우리나라의 투자환경이 대폭 개선되는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전가격세제 중 분쟁이 많은 “용역제공의 경우 정상가격”에 관한 규정 정비

최근 OECD는 BEPS Action Plan 10관련 보고서로서 “그룹 내 저부가가치 용역 (low value-adding intra-group services)에 대한 이전가격지침”이라는 보고서 초안을 발표하였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국적 그룹내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그 내용이 핵심적인 사업을 구성하지 않는 지원적 성격에 불과하고 무형자산을 창출하지 않는 저부가가치 용역인 경우에는 그룹전체의 원가를 결정(cost pools)하고, 이를 적절한 배분기준(allocation key)을 이용해 그룹계열사에 배분한 뒤, 원가에 2% ~ 5%이윤을 가산해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에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단순화된 과세 방안 하에서는 동 용역거래와 관련하여 상대적으로 가벼운 수준의 문서보관 및 제출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안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그룹내 저부가가치 용역에는, 회계 및 감사, 외상매출금 및 외상매입금의 처리 및 관리, 인력 채용절차 지원, 교육 및 개발 지원 등 인적자원 관리활동, 그룹의 주요 사업활동이 아닌 정보통신 지원서비스, 내외부 홍보 지원, 법률 및 세무관련 지원활동 그리고 일반적인 행정 및 사무업무 지원등이 포함된다. 이와 같이 그룹내 저부가가치 용역에 대한 단순화된 이전가격 방법을 적용하는 접근방법은 2010년에 EU가 이전가격관련 지침을 개정하면서 이미 채택한 바 있고, 미국도 2006년에 이와 같은 지침을 이미 도입하여 운영을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세당국은 다국적 기업 그룹내 용역비에 대해서 전통적으로 매우 공격적으로 과세를 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가들로부터 많은 불만이 제기되어 왔었다. 특히 최근에는 국세청이 외국법인에 대한 세무조사시 특수관계자간의 용역비 지급액이 국조법상의 여러 요건을 충족시키는 지에 대한 자료를 납세자가 충분하게 보관•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손금을 부인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였고 그에 따라 이에 관련한 조세분쟁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09년 서비스관련 정상가격 사전승인 제도 (Advance Pricing Approval) 처리건은 3건에 불과하였으나 2011년 이후에는 매년 10건 이상씩 되는 것으로 보아 용역비 지급액에 대한 이전가격 조사에 불안을 갖고 있는 외국법인들이 관련 내용에 대해 정상가격 사전승인 신청을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공통적인 불만 사항에 대해 국제적 과세기준 변경내용을 수용하여 다른 경쟁국들 보다 더욱 신속하게 법령화한다면 외국인 투가자들로부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투자환경이 그만큼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금년도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 및 관련 시행령 개정시 다국적기업 그룹내 용역제공에 대한 최근의 OECD 제안내용 및 다른 국가들의 제도를 검토하여 그 주요부분을 법제화 하는 한편 그룹내 저부가가치 용역에 대한 문서의 보관 제출의무와 관련해서는 그 부담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해주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외국인 투자가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 어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대다수의 외국인 투자가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국제적으로 보아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고 조세감면을 우리나라에서 허용한다고 해도 그 혜택을 해당 투자가가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행 조세감면제도는 외국인 투자 유치에 그다지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 따라서 조세감면축소와 이중 비과세 방지라는 최근의 큰 틀의 조세정책 변화추세에 맞추어 외국인투자에 대해서도 조세감면 축소를 위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시의적절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로부터 야기되는 외국인투자가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제도 측면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외국인 투자가들을 접촉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세무집행과 관련하여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세후 투자수익율을 안정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국을 투자대상국으로 확정하기가 어렵다는 애로사항을 종종 토로한다. 예를 들면, 이미 투자가 다 끝났거나 투자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투자의사 결정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세무조사관의 자의적 해석으로 인해 투자수익율이 기대이상으로 삭감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여 이에 대한 불안감이 한국에의 투자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필자가 제시한 몇 가지 세법개정 제안은 이러한 외국인 투자가의 불만사항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제도화하자는 것으로서 이미 상당수의 주요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들이므로 우리나라에도 조속히 도입•정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