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모씨는 보험을 3건 가입한 뒤 중국 산동성으로 건너갔다. 그런데 보험수익자인 박 씨의 누나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박 씨의 사망진단서와 화장으로 장례절차를 치렀다는 화장확인서를 들고 보험금을 청구하러 나타났다.
미심쩍게 여긴 보험사가 조사해 본 결과 사망진단서를 발행한 의사는 해당 중국 병원에 존재하지 않았다. 사망진단서와 화장확인서 등도 모두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 모씨는 인도네시아에서 성인오락실을 운영하다 형편이 곤란해져 한국에 들어왔다. 안 씨는 귀국하자마자 사망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뒤 인도네시아로 돌아갔다.
그 뒤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처럼 꾸며 불교식 화장을 치르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현지 병원 의사와 간호사, 전직 경찰관을 매수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보험사기는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지고 있다. 해외라고 예외는 없다.
지난 2007년부터 2010년(3/4분기)까지 해외에서 발생한 보험사고로 지급된 보험금은 2081억원(14만9179건) 규모다.
이 기간 중 해외에서 발생한 보험사기는 116건으로 43억원에 이른다. 해외에서 발생한 보험사기는 비교적 서류 위조가 쉬운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다.
보험사기의 유형은 주로 허위 사망·실종, 고의 신체 장해 유발, 병원 진단서 위조, 해외여행중 휴대품 허위도난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실종신고를 했다가 사망 확정 판결 뒤 보험금을 청구한 건이 보험사기로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미국 LA 지역에서는 영주권자가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한 뒤 해외여행이 아닌 일상생활 중 발생한 사고로 보험금을 부당 수령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해외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뒤 해외여행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해외여행이 아닌 영주권 취득 국가에서 일상생활 중 발생한 사고로 의료비를 수령한 이들은 총 42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기관지염과 복통, 가구 이동 중 허리 통증 등 일상생활 중 발생한 사고로 8억2000만원(727건)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이같은 유형의 보험사고는 전체의 93.9%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보험은 적은 보험료를 내고 보험사고 발생 시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므로 사행성이 있는 상품"이라며 "국내외를 불문하고 보험사기가 만연하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보험사기로 인해 계약인수 심사와 보험금 지급심사가 더욱 강화됐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귀찮고 번거롭겠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사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의 보험사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지난 2010년 이후부터 보험사기는 국내와 해외를 나누지 않고 관리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총 2868억5400만원이다. 생명보험에서 365억원(2570명), 손해보험에서 2503억5400만원(3만8144명)이 적발됐다.
특히 손해보험의 경우는 자동차보험에서 1493억8200만원(30306명), 장기손해보험에서 820억2900만원(7107명) 적발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방지센터 관계자는 "최근에는 국내와 해외를 따로 분리해 보험사기 현황을 파악하지 않았고 있으며 시스템적으로도 따로 분리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해외에서 발생하는 보험사기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외 보험사기의 경우 자료를 입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꺼번에 관리를 하는 듯하다"며 "얼마나 많은 해외 보험사기가 더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보험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듯이 해외 보험사기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감원은 해외 보험사기 데이터를 따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를 근절하고자 허위 사망 등 취약 분야에 대한 상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보험사의 해외 공동조사와 정보공유를 활성화하는 한편 수사기관과 해외 유관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했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해외 보험사기는 보험조사가 쉽지 않은데다 언어문제도 있어서 해결이 어렵다"며 "해외에 거주자가 늘어나는 만큼 업계와 수사당국이 공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생명보험국장은 "보험사기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에 비례해 보험사기 예방과 사후조치들이 상대적으로 강력하다"며 "보험사들은 상품판매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보험사기 예방 캠페인을 정기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