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인하, 세수 증대에 도움 안돼"
"글로벌 스탠더드 없어…양도세 도입해야"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한국 경제가 저성장, 노령화, 양극화 등 여러 구조적 문제에 놓여 있다.
은행은 가계 저축을 통해 기업 투자를 해야 하지만 기업이 잉여금을 저축하고 가계가 대출 받는 거꾸로 상황이 돼 버렸다.
최근 정부 안팎에서는 증권거래세를 인하해 모험 자본을 육성하는 동시에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나아가 경제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업은 자본시장의 주인공입니다. 기업의 투자 활동이 사라진 이상 경제가 후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효섭(사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수를 늘리고 경제성장률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정사업본부의 차익거래세를 감면하고 장외주식시장의 양도소득세 혜택을 줄여 장내 상장을 유인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13년 우정사업본부와 연기금의 차익거래세 면제 혜택이 사라지면서 국내 기관투자자의 차익거래가 줄었다. 이후 시장이 위축되고 세수가 오히려 감소했다. 장외주식시장의 경우 높은 양도세 때문에 거래가 매우 부진하다.
이 연구위원은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것은 조세 원칙을 실현할 뿐 아니라 세수 증대가 가능하다"며 "단 자본이득세 도입은 매우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 분리과세와 손실 공제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이득세는 한국의 양도소득세와 비슷하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한 이후 유럽의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 도입이 논의됐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이 유럽을 따라가야 할 이유는 없다. 한국 상황에 맞는 조세 정책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경제성장률 제고와 조세 확대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세의 경우 조세를 확보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고 부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으나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때 세율이 높은 편이다. 한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는 증권거래세만 부과하고 있으며 세율은 한국이 0.3%로 가장 높고 중국·홍콩 0.1%, 싱가포르 0.2%이다.
증권거래세와 자본이득세를 동시에 부과하는 국가는 적지만 유럽 국가 중 일부는 둘 다 부과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의 증권거래세가 적정한지 수준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거래세만 부과하는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증권거래세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유일하지 않다. 미국, 일본은 거래세 대신 자본이득세를 도입했고 유럽 일부 국가는 둘 다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것은 세수 증대에는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증권거래세를 현재 0.3%에서 0.15%로 절반 줄인다고 가정할 때 거래량이 기존보다 2배 이상 늘어야 세수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