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거래세 인하→거래량 증가→세수 증대' 주장 제기
국제적 추세 자본세 강화vs약화 의견 팽팽…기재부 시큰둥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경기 침체와 주식시장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증시 수요에 직접적인 효과를 일으킬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증권거래세 인하는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지만 일반 국민의 세 부담을 더 키울 뿐 아니라 다른 세제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과연 증권거래세 인하는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까.
지난달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주식시장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검토 중인 대책으로는 증권거래세 인하를 비롯해 증시 가격제한폭 확대, 기관투자자의 주식 투자 확대, 기업의 배당 유도 등이 있다.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사고팔 때 내야 하는 세금으로 현행 기본세율은 0.5%이지만 탄력세율을 적용해 0.3%를 부과하고 있다.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면 시장 참여자의 주식 투자 비용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거래량을 증가시키고 주가지수 상승과 세수 확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김영진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실 과장은 "2009년 연기금과 우정사업본부의 증권거래세 비과세를 폐지했을 때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며 "현재 프로그램매매에서 차익 거래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과장은 "증권거래세를 감면했을 때 시장 활성화 정도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세수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한국과 경쟁하는 아시아 국가의 증권거래세는 중국 0.1%, 홍콩 0.1%+5달러, 싱가포르 0.2%로 낮은 수준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점이 있다. 국회에서는 올 초 이후 파생상품 거래세나 양도소득세 중 하나를 도입하는 문제를 두고 법안 개정이 추진 중이다.
국제적인 추세도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를 넘어 한국에서도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열풍이 불고 있다. 금융자본의 증가 속도는 노동자본의 증가 속도와 비교할 때 월등하게 빠르게 때문에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이 때문에 자본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해외의 금융 선진국 정부들은 자본세 강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금융거래세 도입을 논의한 것은 금융회사가 금융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고 정부 정책의 수혜자라는 판단 하에 세금 징수와 동시에 금융거래를 억제한다는 목적이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금융거래세 도입에 반대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장의 반응이나 사회적 평가가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자본세 강화가 국제적 추세라는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의 여론도 활발하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부총리)은 "증시는 기업의 실적을 바탕으로 성장해야 한다. 인위적인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최근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지원 기획재정부 금융세제팀장은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