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금리 질타…가계부채 우려 쏟아져(종합)

최경환 부총리 '척하면 척' 발언에 한은 독립성 실험대 올라
기준금리 인하 놓고 여야 격론…가계부채 위험 경고 잇따라 

15개월만에 전격적으로 지난 8월 금통위에서 이뤄진 기준금리 인하가 한국은행의 독립성 문제와 맞물리며 국감장을 달궜다. 

또 대한민국의 경제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여야 의원들의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척하면 척'…말바꾼 금리정책 놓고 격론 = 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이주열 총재의 과거 발언이 언급되며 오락가락 금리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는 분명했다.  

야당에서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의 G20 회의 때의 '와인 회동'을 언급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말바꾸기 금리 정책으로 몰아 붙인 반면 여당 일부에서는 경제회복세를 이끌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경제활성화를 위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경환 부총리가 G20 회의에서 이주열 총재와 와인 회동을 한 뒤 언급한 '척하면 척'이라는 발언을 놓고 한은의 독립성 문제를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홍 의원은 "총재가 마신 와인은 국민의 피눈물이 아니냐. 와인과 함께 한은의 독립성을 마셔 버린 거다"며 질타했다.  

최 부총리 취임 이전에 이주열 총재가 언급한 '6개월 후에 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 적어도 2~3개월 전에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지금의 기준금리 수준 2.50%는 분명히 경기회복을 어느 정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경기 흐름을 전제로 한다면 적어도 금리의 방향은 인상쪽이지 않겠나' 등의 발언을 뒤집고 금리인하를 결정한 것은 사실상 정부의 경기부양 요구에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홍 의원은 기재부 추천인사인 정해방 금통위원에게 "기재부 차관 출신의 금통위원이 총재를 겁박해 총재 의견이 (금리인하로) 바뀐 것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윤호중 의원은 "내년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금리를 인하한 뒤 추후 금리를 인상되면 가계부채의 이자부담이 늘어날 것 아니냐"며 "정부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면 한은도 보조를 맞춰야 하겠지만 잘못된 방향이라면 국민경제를 지키는 최후 보루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한은 총재다"고 역설했다.

같은 당의 김현미 의원도 "정부여당에서 추가금리 인하 요구가 있다고 해서 '척하면 척'하고 따라가는 한은이 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주열 총재는 최경환 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이 자주 언급되자 "금리에 대한 의견은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금리정책과 관련 미묘한 온도차이가 있었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금리인하론에 무게를 뒀다.

나 의원은 "경제회복세를 이끌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경제활성화를 위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며 "(금리인하를) 마지막 경제활성화 수단으로 남겨두기에는 우리나라 경기회복세가 미약해 지금이 아니면 금리인하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이한구 의원은 조금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 의원은 질의자료를 통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3% 중후반대인 상황에서 과연 금리인하가 필요하느냐"며 "성장률 전망치가 맞다는 전제하에서 추가금리인하에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다"고 전했다.

▢폭증하는 가계부채…여야, 모두 우려 폭발 =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 여야가 엇갈린 의견을 냈지만 폭증하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우려를 쏟아냈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리인하 결정이 현재 매우 위험한 수준인 가계부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현 정부의 부동산시장 부양 정책에 굴복하는 것은 가계부채 폭증의 책임을 외면하고 해결 의지마저 실종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최재성 의원은 정부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 지 한달동안 중저소득층의 빚이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고소득층의 증가분은 1조4000억원이었으며, 중소득층은 1조8000억원, 30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은 1조3000억원이 늘었는데 중저소득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8.8%에 달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도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임계치를 이미 넘어섰다며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이 제시한 가계부채 임계치는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75%에 달했을 때인데 이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는 이미 2009년 80.6%로 임계치를 넘어섰고 2013년에는 85.3%를 기록해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 의원은 "가계부채에 대해 외부에선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아직 괜찮다며 안일한 정책대응을 하고 있다"며 낙관론을 질타했다.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은 "금융위기 발생 직전 미국의 가계부채는 14조3000억달러, GDP 13조8000억달러였으며 우리는 현재 1040조원으로 GDP 1440조에 육박하고 있다"며 "가계부채를 증대시키는 정책을 절대로 펴서는 안 되며, 정부정책이 실패할 경우 대한민국호는 가라앉게 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 의원은 영화 '명량'의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의 일화를 현재의 경제 상황과 대비시켜 눈길을 끌었다.

선조 임금이 부산포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순신 장군이 '백성을 위해 수군을 아껴야 한다'며 공격에 나서지 않은 것처럼 한은 총재도 금리인하로 부채를 늘려 경제성장을 도모하려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반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금리인하는 차입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대출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시스템적 차원에서 가계부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