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직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주가조작 사건이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가 혐의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증권사에 중징계를 내리면서 사건이 일단락된 듯 보이나,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져온 미공개 정보 이용에 제동이 걸려 업계 종사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기업 내부자가 중요 정보, 즉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실적을 애널리스트들에게 알리고 이 정보가 기관투자자(펀드매니저)로 전해지면서 주식 손실을 회피한 일이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정보 유출자와 1차 취득자인 CJ E&M 직원과 애널리스트만 처벌을 받았다.
정윤모(사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에서 공정한 투자 환경이 조성되려면 공정 공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공시제도는 기업이 애널리스트나 기관투자자에게 중요 정보를 알리는 즉시 그 내용을 일반인(개인 투자자)에게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자본시장이 일찍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공정공시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됐다. 한국의 경우 공정 공시 규정이 있으나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 개선이 시급한 실정.
정 연구위원은 "애널리스트들이 콘퍼런스콜 등에서 일반 투자자가 모르는 정보를 (기관투자자에게) 먼저 주면 비대칭 정보를 이용해 유리한 투자 활동이 이뤄진다.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는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선택적 공시를 막고 공정 공시를 해 모든 투자자에게 동일한 정보를 공개하되 그에 따른 분석을 얼마만큼 깊이 있게 하느냐에 따라 유리한 비즈니스를 허용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공시는 기본적으로 모든 투자자들에게 공정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정 연구위원은 "기업이 가진 정보를 공정하게 오픈하지 않고 내부자 거래를 하는 것은 실제로 그동안의 관행이었다고 해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번 사건의 처벌 대상자 중 예외적으로 빠진 기관투자자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업의 임원, 직원, 대리인이 미공개 중요 정보를 유출하면 이를 받은 자까지만 법의 규제 대상이 되는데, CJ E&M의 경우 애널리스트가 1차 수령자가 됐다. 하지만 2차 수령자 역시 미공개 중요 정보를 불공정하게 이용했고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편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는 범위의 기준이 모호한 것과 관련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정 연구위원은 "규제 대상이 미공개 정보냐, 사업보고서에 기재된거냐, 아니면 중요한 정보냐, 그에 따른 판단의 문제가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그 방면에 전문가이니까 문제없다"고 말했다.
[약력] ▲연세대학교 법학과, 법학 석사, 법학 박사 ▲재정경제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TF 위원
재경부 금융규제개선분과위원회 위원 ▲증권선물거래소(현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공시위원회 위원 ▲증권예탁결제원(현 한국예탁결제원) 전문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