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새 정부 타깃 됐다…억울해"
정부 "개인 투자자들의 눈물 생각해야"
"논란된 처벌 기준, 향후 명확해질까"
CJ C&M 주가조작 사건은 그동안 기업과 증권사, 기관투자자 사이에 만연해온 정보 공유가 결국 무고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져 왔음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 따르면 CJ E&M의 내부 정보 유출로 기관투자자들은 106만주(株)를 매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회피한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같은 날 104만주를 매수했다. 매도 금액은 약 357억에 달했다. 정보를 유출한 CJ E&M 직원과 애널리스트들은 검찰에 고발됐고, 이들 애널리스트가 소속된 4개 증권사는 '기관 경고, 기관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증권사들은 잘못된 관행은 뿌리 뽑혀야 하지만 금융 당국이 보다 정확한 잣대를 이용해 처벌을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보 공유·리포트 청탁…기관투자자 횡포에 개인투자자 눈물=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정보의 약자에 위치해 있다. 이는 기관투자자가 개인 투자자에 비해 보다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입수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대기업일수록 IR과의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 외부에서 볼 때 기업 IR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지만, 사실은 부정적인 내용의 투자 의견을 냈다가 관계가 나빠지면 영업상 타격을 입는 것이 더 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같은 '기업, 애널리스트, 기관투자자'의 유착 관계는 결국 개인 투자자의 손실로 돌아간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은 "애널리스트를 이용한 차별된 정보 제공은 자본시장의 비정상적 정보 유통이다. 자본시장에서 엄연히 불법적인 일을 관행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한 임원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에 참여하지 않으면 시장의 동력을 형성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주식시장에서 '잃는 사람', 즉 투자 손실을 입는 개인 투자자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도 된다.
■옐로카드 없는 레드카드…"억울하다"=이번 사건으로 인해 증권사들은 '기관 경고, 기관 주의' 징계를 받았다. 기관 경고를 받은 증권사는 향후 3개월 동안 신규 영업을 할 수 없다. 문제는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개개인이 감당하기에 큰 소송이나 고용 불안 문제에 직면해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이야기들도 나온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만일 이번 사건이 문제가 될 거였으면 진작 옐로카드를 줬어야 하는데 그동안 관행처럼 봐줬던 일을 새 정부 공약에 의해 타깃으로 삼는 건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사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앞으로 미공개 정보 이용에 관한 처벌 기준이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가이드라인이 세워지지 않으면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건에서 처벌은 모면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도 향후 법적 제약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정보 유출자와 1차 수령자를 처벌하도록 돼있지만, 정무위원회 김재경 의원은 2차 수령자도 책임을 지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에서 1년에 2차례 애널리스트 준법 교육을 하고 있다. 회사로서는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