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이용하다보면 억울한 상황을 접하는 일이 흔히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는 은행 때문에 손해를 보았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들이 줄을 잇습니다.
만일 은행을 믿고 맡긴 예금이 직원에 의해 공중으로 사라져버린다면 기분이 얼마나 허무할까요.
분쟁조정위에는 이처럼 은행 직원의 횡령으로 예금을 날려버린 황당한 사연도 접수된 일이 있습니다.
한때 모(某) 은행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한 A 씨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전 직장 동료에 의해 전 재산을 잃을 뻔 했습니다.
담당 직원은 약 5년에 걸쳐 A 씨 명의의 정기예금 7건, 금액으로 약 1억4000만원을 횡령해 개인의 유흥비와 용돈으로 흥청망청 사용했습니다.
A씨가 맡긴 거래 인감을 이용해서 예금을 중도 인출하거나 해지시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이죠.
횡령 직원의 부친은 A 씨에게 1억4000만원 전액을 갚겠다는 내용의 차용금 증서를 써 상환을 약속했습니다. 만일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조치도 감수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됐습니다.
은행 역시 이 상환 약속을 조건으로 담당 직원의 횡령과 관련해 비밀을 지켜달라는 확인서를 요구했습니다. 은행 측은 이 사실이 대외적으로는 물론 이사회에도 알려질까 우려했고, 2~3차례 A 씨를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예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확인서를 썼고, 은행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결국 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은행 측은 담당 직원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 징역 2년의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은행은 상환 약속에 대해 A 씨와 직원 부친 사이의 개인적 약속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분쟁조정위는 다행히도 A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분쟁조정위는 "담당 직원의 횡령에 대해 은행 측이 원칙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A 씨가 해당 은행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관계로 대외의 공신력을 우려하는 동시에 은행 측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고, 확인서를 작성하게 된 동기와 경위를 볼 때 예금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은행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