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건설…안방선 '노가다' 취급

한국의 건설업은 지난해 세계건설시장 점유율 8.1%를 기록하며 일본, 이탈리아 등 건설강국을 제치고 세계 6위의 건설강국에 올랐다. 10년전만해도 세계건설시장 점유율 1.9%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눈부신 성장세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가 매년 실시하는 세계 상장사 경영건전성 평가에서는 2012년에 GS건설이 세계 유수 건설사들을 제치고 건설업 부문에서 1위에 선정된데 이어 올해에는 현대건설이 1위로 선정됐다.

세계속에서 한국 건설사들의 위상이 어느 선진국 못지 않게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여전히 70~80년대 날림공사와 각종 비리로 얼룩진 ‘노가다’라는 인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 건설사들이 지난 수년동안 세계 시장에서 선진업체와 경쟁하면서 과거의 비합리적이고 낭비적인 요소를 모두 바꿨다”며 “과거 건설사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해외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건설사들을 이제는 달리 봐달라”고 당부했다.   
   
■ 10년 동안 세계 6위로 뛰어 오른 건설 강국

지난 8월 전세계 250대 건설사들의 매출실적을 해마다 조사해 발표하는 ENR (Engineering News Records)은 2012년 세계 건설회사들의 매출실적을 집계한 결과 한국 건설사들이 6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2012년 국가별 건설사 매출액 순위 : ENR   (단위:억불, %)

10년 전 한국 건설사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9%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2009년 4.3%의 점유율로 세계 매출순위 12위에 오르더니 2012년에는 세계시장점유율을 8.1%로 끌어 올려 순위에서도 이탈리아, 일본을 제치고 독일, 프랑스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세계 50대 건설사 안에도 2009년에는 3개사가 포함됐으나 2010년엔 4개사, 2011년 6개사에 이어 2012년에는 8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상장사 경영분석으로 세계최고를 자랑하는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매년 세계 2500개 상장회사의 경영건전성을 분석해 DJSI world 지수를 발표한다.

한국 건설사는 2012년 DJSI world 지수의 건설업부문에서 GS건설이 1위기업으로 선정된데 이어 2013년에는 또 다시 한국 건설회사인 현대건설이 1위로 선정돼 세계 건설업계를 놀라게 했다.

ENR 순위에서 매출 1, 2위를 기록한 스페인의 그루포, 독일의 호흐티에프도 한국 건설사의 경영건전성과 우수한 관리능력을 인정하고 찬사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참가자들은 전한다.

업계관계자는 “우리 건설사들은 영업과 경영관리 외에도 설계와 기술면에서도 세계 건설업체들이 우리의 도면과 시공방법을 사가고 있다”며 “과거 값싼 노동력으로 승부하던 한국 건설이 이제는 프로젝트 리더로서 선진 건설사들과 당당히 선두경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세계 최고 수준...국내에선 여전히 ‘노가다’ 홀대
 
이렇게 한국 건설사들은 세계시장에서 이미 세계최고 선진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70년대 80년대 건설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남아 있어 직원들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뜻하지 않은 불이익도 당하고 있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해외 현장에 나가 있다 귀국한 건설사 간부는 “해외에 나가면 개발도상국가는 물론 선진국 건설사들도 한국 건설을 흉내 내려고 쫒아 다니고 있다”고 소개하며 “그러나 한국에 돌아 와보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우리 건설사를 땅 투기나 하고 날림으로 공사를 해서 돈을 버는 ‘노가다’ 취급하고 있다”고 씁쓰레 했다.

업계일각에서는 작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4대강 의혹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건설사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이 사건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작년과 올해초 이미 공정위에서 과징금 처분을 내렸고 각종 세무조사와 검찰의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 또 다시 조달청, LH, 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들이 입찰을 제한 하는 등 건설사들을 가중 처벌하고 나서는 이면에는 건설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4대강 담합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도 전자, 자동차 등 다른 업종에 비해 건설업을 비하하는 분위기다”며 “조사과정에서도 조사관들이 과거 건설사들의 행태를 들추며 건설사들이 다 그런것 아니냐는 식으로 다그쳤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 산업·고용 유발효과 최고... “과거 인식 버리고 지원강화 해야”

건설경기의 장기침체로 건설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축소되고 있지만 여전히 건설업은 다른 어떤 업종보다 우리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5.5%를 기록해 제조업 설비투자 비중 9.5%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에는 18.0%를 기록해 건설업이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 하기도 했다.

또, 각 산업이 생산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생산유발계수와 고용유발계수도 건설업이 2.13, 12.0으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보다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산업별 생산ㆍ고용 유발계수 

                                                     자료 :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및 부속 고용표 2011'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최근 건설업에 대한 규제·처벌 강화 추세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건설정책연구실장은 "해외건설의 큰 비중을 대형 건설사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담합 등으로 낙인찍히면 신인도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특히 내년 SOC 예산도 1조원 가량 줄고 부동산경기 전망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인데 입찰 제한까지 받으면 전망치 이상으로 건설업 매출이 줄어들어 구조조정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GS건설경제연구소의 지창구 박사는 “국내시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해외진출 노력 등이 실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치권이나 국민들이 과거 선입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 건설사들이 사회전반에 걸친 가치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건설사에 대한 인식전환을 당부했다.